일상 활동 중 심박수를 높일 수 있는 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드니대 동영상 갈무리
세계보건기구가 여러 의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반인들에게 건강을 위해 권하는 운동 기준은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 시간이 이에 못미친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빠서 운동 시간이 잘 나지 않거나 운동을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짧은 운동의 효과를 규명한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아령을 최대강도로 하루 한 번씩만 들어올렸다 놓아도 근육이 상당히 강화된다든가,
식후 2~5분 정도의 짧은 걷기 운동도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등의 연구가 발표됐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찰스퍼킨슨센터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또 하나의 연구 결과를 보탰다.
연구진은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 중에 틈틈이 1~2분 정도 숨이 찰 정도로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신체 활동을 하면 암이나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버스 정류장까지 그냥 걷지 않고 뛰어가기, 심부름을 할 때 최대한 빠르게 걷기, 반려견 산책시 계단 뛰어오르기 등을 사례로 들었다.
연구진은 이를 ‘간헐적 고강도 신체 활동’(Vigorous Intermittent Lifestyle Physical Activity), 약칭 ‘빌파’(VILPA)라고 이름붙였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여가 시간에 운동이나 스포츠를 하지 않는 2만5000명의 손목 착용 웨어러블기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의 89%가 평소 하루 평균 8회, 총 6분 정도의 짧고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회당 평균 45초인 셈이다.
틈틈이 하는 짧은 신체 활동도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에 못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scimex.org
특별한 준비 필요 없고 힘·속도 높이면 가능
연구진이 이들의 7년 기록을 추적한 결과, 빌파를 매일 3회만 해도 암 사망 위험이 38%,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48%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빌파를 하루 11회 한 경우엔 전혀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65%, 암 사망 위험은 49% 감소했다.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운동한 6만2000명과 비교해도 빌파 운동의 효과는 크게 뒤지지 않고 비슷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빌파 운동의 건강 효과를 계량화해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일상 생활 중 틈틈이 짧게 하는 신체 활동도 강도를 높이면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에 못잖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횟수가 많을수록 효과가 더 좋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엠마누엘 스타마타키스 시드니대 교수는 “심박수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상 활동은 많이 있다”며 “일상 활동의 강도를 높이는 데는 시간 투자나 준비, 클럽 가입, 특별한 기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고 단지 조금 더 힘을 들이거나 속도를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