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에서 본 헬리콥터 인지뉴이티. 나사 제공
인류가 만든 최초의 지구밖 동력비행체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가 화성에서 새로운 비행 고도 기록을 세웠다.
나사는 무게 1.8kg의 인지뉴이티가 화성 635일(화성일 기준)째인 지난 3일 비행에서 초속 3m의 속도로 고도 14m까지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설계 당시의 예상 비행 고도 5미터와 비교하면 거의 3배나 높은 고도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21년 11월 15번째 비행 때의 12미터였다. 이날 비행시간은 52초, 비행 거리는 15미터였다.
인지뉴이티는 지난해 4월19일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1년 6개월에 걸쳐 모두 35차례 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약 4천개의 항법용 사진과 200여개의 고해상도 컬러 사진을 촬영하며 지상의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의 활동을 지원했다. 그동안 누적 비행 거리는 7.4km, 비행 시간은 약 60분이다. 이는 ‘한 달 동안 5차례 시험비행’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몇배 이상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다.
나사 과학자들은 최근 인지뉴이티에 착륙시 위험을 더 잘 피하고 비행시 디지털 고도 지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소프트웨어를 원격 설치했다. 이번 비행은 이 소프트웨어가 잘 작동하는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지뉴이티는 지구와 직접 교신할 수 없다. 지상에서 활동하는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의 중개를 거쳐야 지구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퍼시비런스에서 1kim 이상 떨어져서는 안된다.
향후 화성 표본을 지구로 귀환할 때 표본 운송용으로 쓸 인지뉴이티의 후속작. 나사 제공
화성에서 수집한 표본 운송도 헬리콥터로
나사는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형 탐색 성능이 훨씬 좋아짐에 따라 인지뉴이티가 앞으로 예제로 삼각주의 더 험한 지형에서도 순조롭게 정찰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지뉴이티의 명예 수석엔지니어인 보브 발라람은 나사 블로그를 통해 “인지뉴이티의 성공에 힘입어 나사는 2020년대 후반에 발사하는 화성표본 회수 착륙선에 인지뉴이티와 비슷한 2대의 헬리콥터를 탑재해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헬리콥터에는 지금의 인지뉴이티와는 달리 고정식 다리가 아닌 바퀴를 장착하고 집게가 달린 팔을 부착한다. 발라람은 “이는 필요할 경우 화성 표본을 담은 용기를 화성 상승선까지 공중 운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시비런스는 12월2일과 6일 처음으로 암석이 아닌 표토를 수집했다. 사진에 있는 2개의 구멍이 그 흔적이다. 나사 제공
표본 수집 용기 38개 중 18개 채워
한편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는 지난 2일과 6일 잇따라 작은 모래언덕에서 화성 표본을 수집했다. 이번에는 화성암이나 퇴적암 같은 암석 대신 처음으로 암석이 부서져 만들어진 표토를 수집했다.
나사는 표토 표본을 통해 화성의 지질학적 역사와 현재의 환경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강력한 우주방사선에 노출돼 있는 표토들을 분석하면 향후 화성에 착륙하게 될 우주비행사들이 무엇을 조심하고 준비해야 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화성 표토에는 독성 화학물질인 과염소산염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했을 때 달의 표토가 우주복에 작은 구멍을 낼 만큼 날카로웠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표토를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면 이런 위험 환경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퍼시비런스는 그동안 13.34km를 이동하며 총 38개의 표본 수집 용기 가운데 거의 절반인 18개를 채워넣었다. 15개는 암석 표본, 1개는 공기, 나머지 2개는 표토다. 퍼시비런스는 이달 말에 그동안 수집한 표본 용기 중 일부를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을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