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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달 남극 탐사, 미-중 경쟁…선점하면 기지 건설도 유리하다

등록 2022-10-06 10:03수정 2022-10-06 10:36

두 나라 착륙 후보지 겹치는 곳 많아
중, 2024년 창어 7호 무인 탐사 계획
미, 2025년 아르테미스 3호 착륙 시도
착륙지 선점 놓고 신경전 벌일 가능성
미국과 중국이 똑같이 착륙 후보지로 꼽고 있는 달 남극의 섀클턴 충돌분화구. 영구음영지역에 얼음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과 중국이 똑같이 착륙 후보지로 꼽고 있는 달 남극의 섀클턴 충돌분화구. 영구음영지역에 얼음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요즘 사사건건 마찰음을 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머지 않아 달 남극에서도 맞대결을 펼칠 기세다.

두 나라가 2020년대 중반 시도할 달 남극 착륙에서 같은 지점을 후보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달 남극은 현지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얼음이 풍부한 곳이어서 두 나라 사이에 착륙 지점 선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착륙지 선점이 중요한 것은 향후 달 기지 건설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자전축이 거의 수직이다. 따라서 남극에서는 해가 수평선 바로 아래 또는 위에서 비스듬하게 뜨고 진다. 햇볕이 잘 드는 지역에선 계속해서 햇빛을 받을 수 있어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간다. 반면 둔덕이나 산에 가려 그늘진 곳은 연중 내내 햇볕이 들지 않아 영하 200도까지 내려간다. 덕분에 이 영구음영지역에는 물이 증발하지 않고 얼음 상태로 남아 있다. 두 나라가 향후 달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장기 계획에서 달 남극 지역을 최우선 후보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달 남극 지역은 충돌 분화구가 많고 지형도 험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의 선택 폭이 크지 않다. 따라서 두 나라의 착륙 지점이 경우 양국간에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3호와 중국의 창어 7호가 착륙 후보지로 꼽고 있는 지역 상당수가 겹친다. 파란색 네모가 미국의 후보지, 노란색 점이 중국의 후보지. chinamovie.space에서 인용
미국의 아르테미스 3호와 중국의 창어 7호가 착륙 후보지로 꼽고 있는 지역 상당수가 겹친다. 파란색 네모가 미국의 후보지, 노란색 점이 중국의 후보지. chinamovie.space에서 인용

미국의 착륙 후보지 선정 기준은?

최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2024년 유인 달 궤도 왕복에 이어 이르면 2025년 아르테미스 3호에서 시도할 유인 달 남극 착륙 후보지로 1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아르테미스 3호에는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할 계획이다.

수십년간 축적된 달정찰궤도선(LRO) 관측 자료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선정한 후보지들은 모두 남극에서 위도 6도 이내에 있는 지역이다.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체류하는 동안 달 착륙선 동력원인 햇빛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도드라진 곳, 둘째는 땅속으로 움푹 들어가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을 끼고 있는 곳이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달 남극에는 이런 상반된 특성을 갖춘 곳이 여럿 있다. 달의 자전축이 수직이어서 연중 햇빛을 일정한 각도에서 받기 때문이다. 착륙지 주변의 경사도나 지구와의 교신 용이성 등도 주요 선정 기준이 됐다. 후보지로 설정한 지역의 크기는 15×15㎞다.

중국이 달 착륙을 위해 개발중인 차세대 유인 발사체 모형(왼쪽)과 미국의 달 착륙 프로그램에 따라 개발된 아르테미스 1호(오른쪽). CASC/미국항공우주국
중국이 달 착륙을 위해 개발중인 차세대 유인 발사체 모형(왼쪽)과 미국의 달 착륙 프로그램에 따라 개발된 아르테미스 1호(오른쪽). CASC/미국항공우주국

중국, 4단계 달 탐사 계획 확정

중국은 2020년 창어 5호로 달 표본을 갖고 돌아온 데 이어 2020년대 안에 3번의 달 탐사를 더 시도한다.

중국국가우주국(CNSA)은 지난 10일 정부가 창어 6~8호로 이어지는 4단계 달 탐사 프로그램을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2024년 창어 6호와 7호를 잇따라 쏘아올린다. 먼저 창어 6호는 달 뒷면 에이트켄 분지에 착륙해 표본을 수집한다. 이를 위해 창어 4호의 달 뒷면 착륙 기술과 창어 5호의 달 표본 수집 기술을 종합한다. 창어 7호는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창어 7호는 무인 달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차, 그리고 소형 항공기로 구성한다. 달탐사프로그램센터 리우지종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창어 6호는 거의 완성됐으며 창어 7호는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창어 8호를 보내 달 기지 구축과 관련한 산소 추출 및 3디 프린팅 기술을 실험한다. 2030년께는 2명의 우주비행사를 보내 6시간 달 체류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우주비행사를 달까지 태워 보낼 새 유인 착륙선과 초대형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달 극지의 얼음 분포지역(파란색). 왼쪽은 남극, 오른쪽은 북극지역이다. 남극지역에 얼음이 더 풍부하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달 극지의 얼음 분포지역(파란색). 왼쪽은 남극, 오른쪽은 북극지역이다. 남극지역에 얼음이 더 풍부하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착륙 후보지가 겹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데 나사가 선정한 달 남극 착륙 후보지는 지난 2020년 중국 과학자들이 제안한 달 남극 착륙 후보지와 겹친다.

그해 창어 4호 프로젝트 담당 과학자들은 ‘심우주탐사저널’에 달 남극 착륙 후보지 10곳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창어 4호는 2019년 1월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한 무인 탐사선이다.

미국의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는 아르테미스 3호와 창어 7호의 착륙 후보지들은 모두 섀클턴, 해워스, 노빌레 충돌분화구 근처에 몰려 있다고 보도했다.

달 탐사에 적합한 후보지의 선택 범위가 좁은 탓이다. 원활한 달 탐사를 위해선 햇빛이 잘 드는 높은 지형이면서도 얼음이 있는 영구음영지역에 가깝다는 두가지 조건을 다 갖춘 곳에 착륙해야 한다.

착륙지가 겹칠 경우 두 나라의 선택지는 두가지다. 영국 노섬브리아대의 크리스토퍼 뉴먼 교수(우주법)는 ‘스페이스뉴스’ 인터뷰에서 “착륙 후보지가 겹치는 것은 두 강대국의 협력과 연대의 기회이면서 동시에 지구밖 자원을 둘러싼 첫번째 잠재적 충돌 지점”이라고 말했다.

달 남극 기지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달 남극 기지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누가 먼저 당도하느냐에 따라 상황 달라질 것”

나사 관계자는 미국은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하기 약 18개월 전에 후보군을 압축할 계획이라고 ‘스페이스뉴스’에 말했다. 달 착륙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뉴먼 교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이라며 “누가 먼저 달 남극에 당도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로선 중국이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멀다.

미국은 이미 사람을 태워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SLS)와 우주선을 개발했지만 중국은 이제 시작 단계다. 창어 6~8호는 지금의 창정 5호로도 가능하지만 그 이후 유인 달 착륙과 기지 구축을 위해선 새로운 초대형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은 우선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처럼 3개 발사체를 함께 묶는 방식으로 유인 달 착륙을 시도한 뒤, 달 기지 구축 단계에 들어서면 미국 SLS급의 창정 9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두 나라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지난 7월 “중국은 2035년까지 독자적인 달 기지 구축을 환성한 후 달 자원을 회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야심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우주전문가 송종핑은 ‘리퍼블릭월드’에 “미국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중국이 달을 차지하려 한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이 우주식민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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