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7월12일 근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해왕성. 1989년 보이저 2호 이후 처음으로 고리를 선명하게 포착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태양계의 가장 외곽에 있는 8번째 행성 해왕성의 고리를 선명하게 포착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보이저 2호가 1989년 8월 해왕성에서 4950km 떨어진 지점을 날아가면서 처음으로 해왕성 고리를 찍은 이후 33년만에 가장 완벽한 모습이다.
나사는 21일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가 지난 7월12일 해왕성의 고리와 희미한 먼지 띠, 그리고 14개 위성 중 7개까지 잡아낸 사진을 공개했다. 제임스웹의 강력한 적외선 투과능력이 수십억km 떨어져 있는 해왕성의 희미한 고리를 근접비행한 보이저2호처럼 선명하게 잡아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근적외선카메라로 본 해왕성과 7개 위성. 맨왼쪽 위에서 8개의 회절 스파이크를 뿜어내며 밝게 빛나는 천체가 가장 큰 위성 트리톤이다. 8개 회절 스파이크는 제임스웹 사진을 상징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일반적으로 고리를 갖고 있는 행성이라면 토성을 떠올리지만 태양계의 외행성인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에는 모두 고리가 있다. 다만 토성을 제외하고는 고리가 얇고 희미해 관측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나사 과학자 하이디 해멜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왕성의 먼지 고리를 적외선을 통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임스웹의 매우 안정되고 정밀한 이미지 품질 덕분에 해왕성에 매우 근접해 있는 희미한 고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이저 2호 이후 허블우주망원경 등도 해왕성의 고리 일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처럼 전체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얼음행성 해왕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평균 45억km로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30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해왕성에 당도하는 햇빛이 매우 약해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정오의 밝기가 지구의 황혼 무렵과 비슷하다. 현재 지구와의 거리는 43억km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촬영한 해왕성. 대기층에 있는 메탄의 영향으로 푸른색을 띠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해왕성은 맨틀은 얼음, 대기는 수소와 헬륨, 메탄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천왕성과 비슷하다. 두 행성은 모두 푸른빛을 띠는데 이는 대기층에 있는 메탄이 태양의 붉은빛을 흡수하고 푸른빛을 반사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촬영한 사진은 근적외선카메라(0.6~5마이크론)로 찍은 것이어서 파란색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메탄 가스는 적외선을 강력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어둡게 나타난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고리.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사진에서 해왕성 대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밝게 빛나는 남반구다. 이는 높은 고도의 메탄 얼음 구름을 나타낸다. 해왕성의 적도를 휘감고 있는 희미한 선은 폭풍으로 인한 강력한 대기 순환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나사는 밝혔다. 나사에 따르면 적도 부근의 대기는 주변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적외선으로 보면 더 환하게 보인다.
해왕성의 왼쪽 위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는 가장 큰 위성 트리톤이다. 트리톤은 표면이 질소 얼음으로 덮여 있어 햇빛의 70%를 반사한다. 덕분에 메탄 가스로 덮인 해왕성보다 더 밝게 빛난다.
트리톤은 해왕성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한다. 과학자들은 이 점을 근거로 트리톤이 애초부터 해왕성의 위성이었던 것이 아니라 카이퍼벨트에 있던 천체가 해왕성의 중력에 끌려 들어온 것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다. 명왕성이 여기에 속해 있으며 단주기 혜성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