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산소발생장치 ‘목시’. MIT 제공
2030년대 화성 유인 착륙을 꿈꾸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 낮밤과 계절 변화에 상관없이 연중 내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중심이 돼 개발한 산소 발생기 목시(MOXIE)를 화성으로 가져가 1년간 실험한 결과다.
연구진은 목시가 2021년 4월부터 연말까지 낮과 밤, 다양한 계절에 걸쳐 시도한 7번의 실험에서 시간당 평균 5.4g의 산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통해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 목시가 만들어낸 산소는 모두 49.9g으로 우주비행사가 약 100분간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산소의 순도도 매우 높다. 목시는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에 실려 지난해 2월 화성에 도착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제프리 호프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른 행성 표면에 있는 자원을 인간에게 유용한 무언가로 변형시킨 최초의 실증 사례”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 내의 목시 탑재 위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 크기의 목시가 산소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나무의 광합성 방식과 비슷하다.
이 과정은 화성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산화탄소는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할 만큼 화성에선 흔한 물질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목시는 우선 여과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 이외의 불순물을 걸러낸다. 이어 가압과 800도 가열 과정을 거친 뒤 고체산화물 전해조(SOXE)에서 이산화탄소를 산소 이온과 일산화탄소로 분리한다. 그러면 산소 이온은 서로 결합해 산소 분자가 되고 일산화탄소는 바깥으로 배출된다.
연구진은 “화성의 대기는 지구보다 변화가 심해서 공기 밀도의 변화 폭은 2배, 온도 변동폭은 100도에 이른다”며 “이번 실험에서 목시는 어느 날 어느 시간대에서도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니켈합금이 포함된 강력한 내열성 소재, 태양에서 오는 적외선 열을 반사시켜 금 도금 등이 큰 폭의 온도 변화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 연구진은 “우리가 아직 실증해 보이지 못한 유일한 것은 새벽에, 그리고 먼지폭풍이 휘몰아칠 때의 성능일 뿐”이라고 말했다.
목시가 지금까지 수행한 실험은 화성의 봄과 여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시험을 계속하면서 가을과 겨울을 포함해 사시사철 산소 발생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또 앞으로의 실험에서는 산소발생장치의 마모 문제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화성 탐사에서 실제 산소발생기를 이용할 수 있으려면 산소 발생 장치가 수백일 동안 계속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 1년 중 대기밀도 변화 폭.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화성에서 산소를 만들어 쓰자는 아이디어는 사실 우주비행사의 호흡용보다는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사용할 상승선의 로켓 추진제를 확보할 필요성에서 나왔다.
산소는 상승선 질량의 78%를 차지한다. 따라서 산소를 화성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다면 굳이 산소를 지구에서 직접 가져갈 필요가 없어 화성 탐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산소 발생 장치를 시간당 2~3kg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하면 다음 화성 여행 때까지 상승선 발사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와 화성의 공전 주기를 토대로 한 화성 여행의 적정 주기는 26개월이다.
한편 포르투갈의 리스본대 연구진은 목시처럼 가열과 가압 장치가 없어도 플라스마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고 국제학술지 응용물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화성 환경을 재현한 실험실에서 무게 6㎏의 플라스마 반응기가 시간당 14g의 산소를 생산했다. 이는 무게 17.7㎏에 시간당 10g의 산소를 생산하는 목시보다 훨씬 효율이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