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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달리 ‘말하고 노래하는’ 인간…비밀은 후두에 있었다

등록 2022-08-24 10:31수정 2022-08-24 11:31

영장류에 있던 성대막 퇴화하면서
안정되고 고른 발성 능력 갖게 돼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의 후두에는 인간에게 없는 성대막이 있다. 그로 인해 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 교토대 제공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의 후두에는 인간에게 없는 성대막이 있다. 그로 인해 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 교토대 제공

모음과 자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섞는 음성 언어 소통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다. 영장류인 원숭이의 음성언어는 소리의 크기와 높이, 길이만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고도의 언어 체계는 인간의 뇌와 해부학적 구조가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 공동연구진이 후두(목)의 성대 구조에서 인간의 언어 발달을 가능하게 한 해부학적 특성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후두는 목의 윗부분에 있는 호흡 및 발성 기관으로 공기와 음식물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소리를 내는 발성 기관이지만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후두덮개 아래쪽에서 두개의 점막주름이 V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성대다. 공기를 들이마실 때는 성대 사이 공간(성대열)이 벌어지고, 소리를 낼 때는 좁아진다.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성대열을 지나면서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음식물을 삼킬 때는 후두덮개가 성대를 덮는. 음식물이 기관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인간이나 영장류나 모두 후두의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발성 기관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에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대 구조의 결정적인 해부학적 차이를 발견했다.

인간(B)과 침팬지(C)의 성대 구조. 왼쪽은 MRI 사진, 가운데는 이를 그림으로 묘사한 것, 오른쪽은 절제된 후두의 해당 영역. 침팬지는 성대(vf) 위쪽으로 성대막(vm)이 있지만 인간한테서는 없다. vef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 가성대다. 사이언스 논문에서
인간(B)과 침팬지(C)의 성대 구조. 왼쪽은 MRI 사진, 가운데는 이를 그림으로 묘사한 것, 오른쪽은 절제된 후두의 해당 영역. 침팬지는 성대(vf) 위쪽으로 성대막(vm)이 있지만 인간한테서는 없다. vef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 가성대다. 사이언스 논문에서

성대의 단순화가 언어의 복잡성 잉태

연구팀은 개코원숭이, 오랑우탄, 침팬지 등 영장류 43종의 후두를 자기공명영상(MRI) 및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로 살펴보고, 이를 인간의 후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영장류 후두에는 공통적으로 2개의 성대에 리본 모양의 성대막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적출된 동물 후두로 실험해본 결과 소리를 내는 진동의 주체는 성대막(성대입술)이었고 성대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은 진화를 거치며 후두에서 이 성대막이 사라지고 없다.

사실 성대막의 존재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기관인지, 구체적인 기능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영장류의 후두 구조를 재현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성대막의 기능을 실험했다.

그랬더니 성대막이 있는 경우 소리는 컸으나 소리가 거칠고 고르지 않았다. 반면 성대막이 없을 경우엔 소리가 안정적이고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났다.

연구진은 성대막은 영장류에게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크고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소리의 안정성은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간이 단순한 구조로 진화시킨 후두가 안정적이고 명료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역설적이게도 인간 언어의 복잡성 증가는 무엇보다도 성대의 단순화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성 기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해진 것이 인간이 말하고 노래하는 능력을 크게 높였다. 오스트리아 빈대 제공
발성 기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해진 것이 인간이 말하고 노래하는 능력을 크게 높였다. 오스트리아 빈대 제공

성대막 소멸 시기는 언제일까

연구를 이끈 빈대의 윌리엄 테컴세 피치(William Tecumseh Fitch) 교수(진화생물학)는 보도자료에서 “인간의 언어 발달에는 뇌에서의 또 다른 진화적 변화가 필요했지만 발성 장치의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해진 것이 인간이 말하고 노래하는 능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 교수는 또 “사람들은 항상 더 복잡해지는 쪽으로 진화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그 반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성대막을 잃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연구진은 논문에서 일단 600만년 전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다케시 교토대 교수(영장류학)는 “그러나 성대막은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 그것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유전자가 밝혀질 경우엔 그 시기에 대한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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