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행성들이 태양과의 거리 순서에 따라 일렬로 늘어서는 우주쇼가 6월 새벽 하늘에서 펼쳐진다. starwalk.space
수-금-지-화-목-토(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
천체망원경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가 알고 있는 태양계 행성은 이 여섯개가 전부였다. 6월 새벽 하늘에 이 여섯 행성이 태양계 순서대로 나란히 정렬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지구의 자리엔 달이 들어가 대역을 한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말까지 천왕성을 포함한 6개 행성이 새벽 하늘 동쪽 낮은 곳에서 시작해 남쪽 하늘까지 대각선으로 정렬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건 5개다. 천왕성을 보려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이용해야 한다.
2~3개 행성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여러 행성이 나란히 늘어서는 경우는 2004년 이후 18년만이다.
6월26일 새벽 4시30분 동~남쪽 하늘에 6개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미국천문학회가 발행하는 천문전문지 스카이앤텔레스코프(Sky&Telescope)는 “특히 천왕성을 제외한 5개 행성이 맨왼쪽(동쪽) 수성으로부터 시작해 태양과의 거리 순서대로 배치돼 흥미롭다”고 전했다. 동쪽 하늘 지평선 가까운 쪽에서 수성을 찾은 뒤 차례대로 우상향으로 눈을 돌리면 차례대로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쉬운 점은 행성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때가 해 뜨기 직전이어서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스카이앤텔레스코프는 “지평선 위에 수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30분이 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성이 뜨는 고도는 처음엔 지평선에 아주 근접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조금씩 높아진다.
2022년 6월의 태양계 행성 배치도. 내행성 그룹인 네모 안은 태양-수성-금성-지구-화성, 외행성 그룹인 네모 바깥은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명왕성 순서다. 공전 궤도는 금성이 가깝지만 현재 궤도상의 위치는 수성이 더 가깝다. 지구에서 수성까지는 9450만km, 토성까지는 그 15배인 14억3000만km다.
26일 새벽엔 지구 자리에 그믐달…태양계 배치도 완성
태양에 가까이 있어 관측하기가 어려운 수성은 오는 16일쯤 태양에서 가장 먼 위치에서 뜬다. 따라서 중순 이후가 우주쇼 관측의 적기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에서는 26일 새벽 4시30분이 최적의 관측 시기라고 밝혔다. 이때는 동 트기 전까지 약 1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이날은 금성과 화성 사이에 그믐달이 자리를 잡는다. 그믐달이 지구를 대신해 태양계의 행성 배치도를 완성하는 셈이다.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듯한 행성들의 지구와의 거리는 천양지차다. 6월 초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이다. 맨 왼쪽에서 뜨는 수성까지는 9450만km이다. 맨 오른쪽에 위치한 토성까지는 15배인 14억3000만km다.
이번 행성 퍼레이드에서 특이한 점은 금성과 화성 사이의 지구 위치에 달(그믐달)이 뜬다는 점이다. 달 위쪽의 붉은색 막대 네개는 천왕성 자리를 표시한 것이다. 스텔라리움
수성과 토성 사이의 간격은 4일 91도에서 24일 107도로 날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주먹을 쥐고 팔을 쭉 뻗을 경우, 주먹 양끝에 해당하는 하늘이 대략 10도라고 보면 된다.
2022년 최고의 천문 현상이라 할 이번 행성 퍼레이드는 5월 말 수성이 새벽 하늘 지평선 끝자락에 나타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7월 초 수성이 새벽 하늘에서 사라지면 우주쇼도 마감한다.
이번과 같은 행성 정렬쇼는 2040년에 다시 볼 수 있다. 그때는 새벽이 아닌 저녁 하늘이다. 그해 9월8일 달을 포함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행성(수-금-지-화-목-토)이 해질녘 서쪽 하늘의 한 주먹 남짓한(약 10도) 영역 안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성들의 고도가 낮아 관측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