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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코로나 후유증 “커피에서 쓰레기 타는 냄새가 난다” 왜죠?

등록 2022-06-02 10:01수정 2022-06-02 15:49

커피 아닌 다른 냄새로 오인하는 후각 착오
뇌의 잘못 아닌 커피 속 냄새 분자가 원인
후각 회복 과정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물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를 앓고 난 뒤 커피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고 호소한다. 픽사베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를 앓고 난 뒤 커피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고 호소한다. 픽사베이

코로나19의 대표적 후유증 가운데 하나는 맛이나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델타 변이에서 극성을 부렸던 미각과 후각 상실 증상(전체의 50~60%)은 오미크론에서는 덜해진 것(전체의 10~20%)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2~3개월 후 회복되지만 일부에선 6개월 이상 계속되기도 한다.

특히 후각 장애 증상 가운데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anosmia)뿐 아니라 엉뚱한 다른 냄새로 느끼는 ‘후각 착오’(parosmia, 착후증) 증상도 있다. 최근 한 국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관련 후각 장애를 겪는 사람 중 약 10%가 감염 직후 이 증상을 경험했고, 6~7개월 후엔 그 비율이 47%로 껑충 뛰었다. 이는 식욕을 떨어뜨리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켜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후각 착오 증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게 커피다. 코로나를 앓고난 이들 가운데 다수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서 특유의 향 대신 쓰레기가 타는 냄새나 하수구에서 맡을 수 있는 악취가 난다고 호소한다.

최근 도쿄대 과학자들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기분 좋은 냄새보다 불쾌한 냄새에 더 빨리 반응한다. 실험 결과 불쾌한 냄새를 감지하는 데는 300밀리초, 기분 좋은 냄새를 감지하는 데는 500밀리초가 걸렸다. 연구진은 불쾌한 냄새에 더 빨리 반응하는 것은 잠재적 위험에 대한 뇌의 조기경보 시스템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커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로선 여간 고약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그 원인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쓰레기가 타는 듯한 커피 냄새는 후각 회복 과정에서 후각이 가장 먼저 감지하는 냄새 물질이다. 픽사베이
쓰레기가 타는 듯한 커피 냄새는 후각 회복 과정에서 후각이 가장 먼저 감지하는 냄새 물질이다. 픽사베이

29명 중 20명이 이 물질을 지목

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후각이 손상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력한 냄새 분자를 커피에서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Communications Medicine)에 발표했다.

범인은 ‘2-푸란메탄티올’(2-furanmethanethiol)이라는 이름의 냄새 분자였다. 후각이 정상인 사람들은 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접한 뒤 커피나 팝콘과 비슷하다고 말한 반면 후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역겹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제인 파커 박사(레딩대 풍미센터소장)는 “이번 연구는 문제의 모든 원인이 뇌가 아니라 식품 속의 분자화합물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선 커피 향을 용기에 담은 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C-Olfactometry)라는 후각 측정 기술을 이용해 특성이 다른 분자화합물끼리 분리했다. 그런 다음 후각이 정상인 15명과 후각 장애 후유증이 있는 29명에게 각각의 개별 분자화합물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반응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냄새를 착각하게 하는 15가지 화합물을 찾아내고, 이 가운데 역겨운 커피 냄새의 주범은 2-푸란메탄티올이라는 걸 알아냈다. 후각이 손상된 실험참가자 가운데 20명이 커피에 있는 이 물질의 냄새를 맡고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양파도 후각 착오 현상이 잘 일어나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픽사베이
양파도 후각 착오 현상이 잘 일어나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픽사베이

불쾌한 냄새를 좋은 냄새로 느끼기도

코에는 400가지가 넘는 다양한 후각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들은 코 안 맨위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각 수용체는 각기 별도의 유전자에서 발현될 뿐 아니라, 각기 다른 냄새 분자에 반응한다. 우리가 맡는 냄새는 냄새 분자들이 몇가지 후각 수용체를 자극한 뒤, 이 자극이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조합된 결과다. 사람은 이 조합에 따라 1만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2-푸란메탄티올이라는 냄새 분자는 수용체가 감지할 수 있는 역치(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의 자극 강도)가 매우 낮다. 따라서 후각을 잃은 사람이 다시 후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다. 이런 점에서 커피에서 썩은 냄새가 느껴지는 건 정상적인 후각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커피 말고도 후각 착오가 잘 일어나는 식품으로 양파, 마늘, 닭고기, 피망 등을 꼽았다. 파커 박사는 “우리는 뇌가 냄새를 잘못 분류한다고 생각하지만 후각 상실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후각 착오 증상에는 커피와는 정반대로 불쾌한 냄새를 좋은 냄새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대변 냄새를 비스킷 냄새로 느낄 수도 있다.

연구진의 일원인 사이먼 게인 박사(왕립이비인후과 및 이스트먼치과병원 의사)은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후각 메카니즘을 이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번 연구는 이를 자세히 들여다본 첫번째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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