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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집단면역에 안도할 때 변이가 뚫고 나온다…포스트 오미크론?

등록 2022-05-19 10:02수정 2022-05-19 11:48

[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 ⑽새 우려 변이의 출현 위험

6개월마다 우려 변이 출현 반복…이대로 종식 쉽지 않아
정점 꺾여 집단면역 형성때 선택압력 커지며 변이 출현
방역완화가 바이러스엔 새 기회…변이 감시망 촘촘해야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우려 변이는 6개월마다 출현해 왔다. 픽사베이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우려 변이는 6개월마다 출현해 왔다. 픽사베이

이전 칼럼에서는 오미크론으로 곤경에 빠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오미크론 다음 우려 변이의 출현 가능성과 과학자들이 남아공의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드디어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의 출구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종식의 희망보다는 새로운 변이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과학자들의 습관성 재 뿌리기에 불과할까, 아니면 정말 가능성이 있는 위험일까?

먼저 변이가 발생하는 기전을 알아보자. 변이는 유전자 진화의 결과물이다. 진화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적응에 실패한 유전자는 도태된다. 진화는 수만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수시간 만에 일어나는 바이러스 변이야말로 극도로 원초적이고 효율적인 진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 복제는 세포의 내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숙주 세포를 잘 감염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감염 능력을 결정한다. 그리고 감염 숙주(사람)는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변이들은 다양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통해 감염 경쟁을 한다. 한번 감염된 숙주는 면역을 획득하기 때문에 늦게 전파되는 변이들은 도태되어 사라진다. 반면 효율적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는 변이는 더 많이 복제되어 우세종이 된다.

그림1. 유전자 차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코로나19 진화 모식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오미크론과 이전 변이들의 결정적 차이

<그림 1>은 2년 반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등장한 우려 변이들의 족보이다. 나무를 닮았다고 수형도라 하는 이 그림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작성되며, 가지의 길이가 유전자의 차이 정도를 나타낸다.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천문학적 수의 중간 변이 가지들이 존재한다. 원종(original strain)에서 가까운 알파에서 델타까지의 변이는 스파이크 구조를 결정하는 유전자의 차이가 크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면역 항체에 의해 유사 항원(스파이크 항원 1형 범위)으로 인식이 된다. 이런 이유로 원종을 기반으로 제작된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델타까지는 인식하는 ‘교차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들과 원종 사이에는 긴 가지가 뻗어나간다. 이는 유전자에 큰 차이가 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기존 백신에 의해 획득된 항체가 구조가 대폭 변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다. 물론 세포 매개 면역은 오미크론 감염 세포도 인식하기 때문에 중증 보호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집단 면역에서 중요한 항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빠르게 전파가 된다. 기존 변이의 자연감염을 통해 획득된 항체 역시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현상을 구분하기 위해 그림에 스파이크 항원 1형과 2형으로 표시를 해두었는데, 전문용어로 이를 혈청형이라고 한다(혈청에 항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1형도 2형도 아닌 새로운 혈청형이 등장한다는 것은 오미크론으로 획득된 항체가 또 무력화된다는 의미다. 즉 대유행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

스파이크 항원 3형과 4형 표시는 새로운 혈청형의 등장 가능성이 있는 위치이다. 3형의 경우는 오미크론 기반 변이, 4형은 델타 기반의 변이다. 델타 기반의 변이는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등장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하지만 다음 변이가 나온다면 치사율이 낮은 오미크론 기반의 변이가 등장할 것이다. 생명의 중심 원리 때문에 많이 전파된 변이에서 다음 변이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유전자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간단한 중심 원리가 모든 진화를 지배한다. 숙주 세포의 내부에서만 복제되는 바이러스 유전자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중심 원리 때문에 변이는 유전자의 다양성과 선택 압력이라는 두 조건이 만족되어야 발생한다. 단백질이 변한다고 유전자가 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양한 구조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 유전자는 복제될 때마다 일정한 확률로 무작위 오류가 일어난다. 이 무작위 오류 때문에 다양한 유전자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다양한 유전자에서 가장 뛰어난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선택된다. 다른 유전자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더 많이 복제가 되면 우세종이 된다. 이때 기능이 선택되도록 강제되는 압력이 선택 압력이다. 만약 선택 압력이 없다면 진화도 변이도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유전자가 도태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변이가 선택되도록 가해지는 압력이 바로 집단 면역이다.

그림2. 남아공 변이 출현과 유행 양상의 변화 분석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상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제 현실에서 일어나는 변이 상황을 남아공 역학 자료를 통해 알아보자(그림2). 열악한 상황의 주변국에 비해 바이러스 연구 능력을 가진 남아공은 남아프리카 지역의 변이 감시 초소 역할을 한다. 파란색의 세계 신규확진 추세를 보면 오미크론을 제외한 변이들의 유행 정점이 뭉툭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방역이 세계적으로 동기화 되지 않고 국가 단위로 수행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백신 접종이나 방역에 국가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전체 국가의 신규 확진을 총합하면 유행이 넓게 퍼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초록색의 남아공의 신규 확진 추세만 단독으로 보면 유행 정점이 날카롭게 드러난다. 남아프리카 지역은 백신 접종률과 방역 효율도 낮고 의료 자원 역시 열악하다. 따라서 변이 바이러스의 날 것 그대로의 전파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다. 과학적 관점에서 변이 특성 분석에 적합한 배경이지만, 실제 감염 숙주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안타까운 그래프다.

남아공 인구에서 코로나에 취약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오미크론 유행까지 포함한 치명률은 2.6%로 세계 치명률 1.2%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65세 이상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인 우리나라 치명률이 0.13%인 것과 비교해보면 방역과 백신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남아공에서 일어난 네 차례의 유행 중에서 2차와 4차가 남아공에서 처음 출현한 베타와 오미크론 유행이다. 두 우려변이가 남아공에서 발생한 뒤 팬데믹 정점에 이르는데 걸린 시간을 비교해보면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을 알 수 있다. 또한 오미크론 팬데믹의 경우 유행 정점이 남아공만큼 날카롭게 나타나는 것에서 기존 방역과 백신이 전파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사실 역시 다시 확인된다.

방역 조처가 완화하면 변이가 선택 압력을 뚫고 나올 기회가 더 많아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방역 조처가 완화하면 변이가 선택 압력을 뚫고 나올 기회가 더 많아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변이는 방역이 완화된 틈을 파고든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오미크론이 마지막 변이가 될지 생각해보자. 남아공의 유행 추세를 보면 약 6개월 단위로 새로운 변이 유행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변이 출현 없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를 보면 남아공에서는 2월 이후로 오미크론 확진자 감소세가 둔화되다가 4월에 들어서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오미크론 기반의 BA.2 BA.3, BA.4, BA.5 등 하부 변이들이 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과 집단 면역이 변이 발생의 필수 조건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유행이 일어나 감염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다양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변이가 출현하지는 않는다. 선택 압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누적 감염자가 늘어나면 집단 면역도 증가한다. 그러다 전파가 억제되기 시작하면 유행 정점이 꺾인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선택 압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럼 다양한 변이 유전자들 중 집단 면역에 저항하는 것만 속도 경쟁의 우위에 서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변이가 계속 다듬어지다 결국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혈청형 변이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유행이 잦아들면 과학자는 안도와 우려를 같이 느낀다. 더 이상 피해 없이 통제되는 것은 반갑지만 새 변이 출현 위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유행 강도와 연동되는 방역 조치들이 완화되면 변이들은 선택 압력을 뚫을 기회가 더 많아진다. 따라서 일상회복 단계라고 국내외 변이 동향 감시를 소홀히 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 다음 칼럼에서는 최근 바이러스 팬데믹이 점점 빈번해지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내용에 대해 궁금하거나 상세한 근거를 원하면 <바이러스의 시간>(2021, 뿌리와이파리)을 참조하거나 overthesilos@gmail.com으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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