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미터 거리에서 찍은 화성의 삼각주. 왼쪽끝 완만한 경사로가 퍼시비런스가 선택한 주행 경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가 고대 삼각주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 주행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
삼각주 입구에 도착한 지 한달여만이다.
수십억년 전 강물이 흐르면서 형성된 삼각주는 고대 생명체 흔적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영국 ‘비비시’와 나사 블로그에 따르면 퍼시비런스의 경사로 주행은 17일(현지 시각 기준) 시작한다. 퍼시비런스는 높이 40미터의 정상으로 가는 두 가지 완만한 경로 중 ‘혹스빌 갭’(Hawksbill Gap)이라는 이름의 진입로를 선택했다.
퍼시비런스는 오르막길 중간중간 5곳에서 이동을 멈추고 생명체 증거를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암석 후보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어 내려오는 길에 3곳에서 미리 점찍어 놓은 암석 표본을 수집해 담는다.
삼각주에는 퇴적물이 쌓이면서 얇은 암석층이 겹겹이 형성됐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퍼시비런스 프로젝트의 일원인 케이티 스택 모건 박사는 ‘비비시’에 “예제로 충돌구의 삼각주는 퍼시비런스의 주요한 우주생물학 목표”라며 “이곳에서 수집한 암석들은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고대 화성의 기후와 이후 변화 과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주에는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온 퇴적물들이 쌓이면서 여러 겹의 암석층이 형성됐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산지브 굽타 교수는 “삼각주로 흘러간 강은 생명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을 가져왔을 것이고, 삼각주에 쌓인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은 그 영양분을 잘 보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류지역에 생명체가 있었다면 강물을 타고 내려와 삼각주에 모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제로 충돌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호수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퍼시비런스의 길이 2m 로봇팔 끝에는 강력한 성능의 암석 분석 도구가 있다. 퍼듀대의 브라이오니 호건 교수는 “소금 알갱이만한 크기까지 퇴적물을 조사해 삼각주의 화학, 광물학 및 구조를 알려줄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고 말했다.
물론 퍼시비런스가 현지에서 곧바로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십억년 전의 화석들을 분석하는 데는 정교한 분석장비와 기술이 필요하고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의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하려면 실제 암석 표본을 가져오는 2030년대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사는 유럽우주국과 함께 2020년대 후반 또 다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 이 표본들을 수거한 뒤 2030년대 초반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