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뇌의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픽사베이
수면은 뇌의 인지 기능을 활성화해줄 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는 또 잠자는 동안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제거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따라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잠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등 수면의 양과 질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18명의 과학 및 의학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9개월 이상의 토론과 투표를 거쳐 확정한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을 보면 어린 시절엔 하루 10시간 이상, 성인이 돼선 하루 7~9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최적의 수면시간을 특정할 수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푸단대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돼 있는 38~78살 성인 5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년 이후 최적의 수면시간은 7시간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하루 7시간 수면이 뇌의 인지 능력과 정신 건강에 가장 좋은 효과를 내며, 이보다 길거나 짧게 잠을 잘 경우 불안이나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수면 형태와 정신 건강을 알아보는 설문조사와 함께 각자의 인지 능력을 측정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약 4만명에 대해선 뇌 영상과 유전자 자료도 확보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밤에 7시간을 자는 사람들이 뇌의 정보 처리 속도나 시각적 집중력,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같은 인지 능력 시험에서 가장 우수한 점수를 냈다. 수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뇌 영역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가 포함된 영역이었으며,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적게 자면 뇌의 부피가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일원인 바버라 사하키안 케임브리지대 교수(정신의학)는 “수면 시간이 7시간에서 멀어질수록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수면 시간과 뇌 인지 능력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다만 부적절한 수면 시간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깊은 잠을 자는 서파 수면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일 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파 수면 장애는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에 축적시킨다. 아밀로이드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섬유 엉킴 현상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또 수면 부족이 뇌의 노폐물 제거 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인지 능력 저하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푸단대 펑지안펑 교수는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은 수면이 인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에 걸친 관찰 결과를 보면 그런 생각이 타당해 보인다”며 “노인들이 잠을 잘 못자는 데는 유전적 요인과 뇌 구조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같다”고 말했다.
사하키안 교수는 “노인의 수면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정신 건강과 웰빙을 유지하고 인지 저하를 방지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운동하는 것 못잖게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