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매달려 낙하하는 길이 12미터의 1단 추진체를 갈고리로 낚아채기 위해 헬리콥터가 다가가고 있다. 로켓랩 제공
소형 위성 발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우주기업 로켓랩이 새로운 방식의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중 회수 기술이다.
로켓랩은 3일 오전 10시49분(한국시각 오전 7시49분) 뉴질랜드 동부 마히아반도 발사대에서 34기의 소형 위성을 탑재한 2단 로켓 일렉트론을 발사한 뒤 이 신기술을 처음으로 공식 선보였다.
이날 발사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한 로켓랩은 이륙 15분 후 고도 2km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헬리콥터(Sikorsky S-92)가 1단 추진체와 낙하산을 잇는 줄에 갈고리를 걸어 추진체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로켓랩은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에 이어 민간 우주기업 중 세 번째로 로켓 회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100%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다. 추진체 포획 후 기체에 가해진 하중이 시험 때와 다른 것을 느낀 조종사의 판단에 따라 추진체는 다시 헬기에서 분리돼 바다로 떨어졌다. 로켓랩은 1단 부스터 상태를 점검한 뒤 재사용이 가능한지 판단할 계획이다.
위성 34기를 싣고 이륙하는 로켓랩의 일렉트론로켓. 로켓랩 제공
이날 일렉트론 로켓의 1단 추진체는 약 80km 고도에서 제2단 로켓과 분리돼 하강을 시작했다. 하강 속도는 최대 시속 5200마일(8368km)로 음속의 6.8배, 대기 마찰에 의한 최고 온도는 2370도에 이른다. 부스터는 이륙 7분40초 후 하강 속도가 음속의 2배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 13km 지점에서부터 소형 낙하산과 대형 낙하산을 잇달아 펼치며 속도를 더욱 늦췄다.
로켓랩 설립자이자 대표인 피터 벡(Peter Beck)은 “우주에서 내려오는 로켓을 헬리콥터로 잡는 것은 초음속 발레에 비유할 수 있다”며 “사상 첫 성공을 이룬 엔지니어들의 분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로켓랩이 스페이스엑스처럼 역추진 엔진을 이용한 연착륙 방식이 아닌 공중 회수 기술을 채택한 것은 일렉트론 로켓이 그런 기술을 쓰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일렉트론 로켓은 높이 18m, 지름 1.2m의 2단 소형 로켓이어서 역추진 엔진과 연료를 넣을 만한 공간이 없다. 높이 70m, 지름 3.7m에 이르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비하면 덩치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로켓랩이 추진체 회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로켓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다. 로켓을 재사용하게 되면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추고 발사 간격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벡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1단 추진체 제조 비용이 전체의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날 일렉트론 발사는 로켓랩의 26번째 위성 임무였다. 로켓랩은 이로써 2018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총 146개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
로켓랩은 어릴 적부터 로켓 개발을 꿈꿔온 뉴질랜드 국적의 엔지니어 피터 벡이 2006년 설립한 미국의 우주기업이다. 본사는 미국에, 발사대는 뉴질랜드에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