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들이 생각한 자연의 4요소 ‘물, 불, 흙, 공기’를 주제로 최고의 지구사진을 뽑는 대회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나사 제공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물, 불, 흙, 공기를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다.
탈레스의 물, 아낙시메네스의 공기,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에 이어, 흙까지 더한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론’이 탄생했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여기에 권위를 부여했다.
현대 과학은 모든 물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로 원자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연과 우주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고대에 정립된 이들 4가지는 지금도 지구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온라인 사진 매체 ‘어스 옵저버토리’(지구관측소)가 인공위성,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찍은 지구 사진 가운데 이 4개 요소를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각 부문 1위 사진들이 결정됐다.
2020년 11월15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아프리카 남서부의 칼라하리 사막. 나사 제공
흙 부문에서는 2020년 11월15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아프리카 남서부의 칼라하리 사막 사진이 꼽혔다.
강렬한 주황색 모래언덕과 짙은 갈색 암석,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로지르는 강 줄기가 눈길을 잡는다. 주황색은 수백만년 전에 생긴 모래언덕(사구) 지대다. 그 사이로 아주 짙은 갈색 암석들이 솟아 있다. 약 10억년 전 형성된 단층이다.
사진 가운데 부분에 흰색 네모로 표시된 태양열발전소도 눈길을 끈다. 가로로 난 흰색 선이 도로인데, 이 가운데 한 도로를 따라 설치된 복푸르트태양광발전소다. 24만개의 거울이 만든 흰색 네모의 크기는 0.65㎢다. 태양열발전소는 거울로 태양 에너지를 모아 대형 소금 탱크에 저장한다.
2021년 7월18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하늘. 나사 제공
공기 부문에서는 2021년 7월18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하늘의 뇌우 구름이 선정됐다.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구름이 땅과 바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구름이 없는 곳은 햇빛이 물에 반사돼 반짝인다.
일부 구름은 바람에 의해 위쪽 표면이 평평해진 모루구름 모양을 하고 있다. 바람 때문에 구름이 멀리까지 뻗어나가 길쭉한 꼬리를 형성하고 있다. 수마트라를 가로질러 인도양까지 뻗은 이 구름의 길이는 약 200km다.
2021년 10월4일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아프리카 북서쪽 라팔마섬의 컴브르비에야화산. 나사 제공
불 부문에서는 검은 화산재를 분출하고 있는 아프리카 북서쪽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섬의 컴브르비에야화산이 꼽혔다.
2021년 9월19일 시작된 화산 분출로 1천동이 넘는 집과 건물이 파괴됐고 공항도 간간이 폐쇄됐다. 이번 화산활동은 50년만이라고 한다. 이 사진은 10월4일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것이다.
2021년 11월20일 랜드샛 위성에서 촬영한 남극 웨들해의 얼음과 바다. 나사 제공
물 부문에서는 남위 70도 부근 남극대륙 웨들해의 얼음과 바다가 뽑혔다.
남극해의 해빙은 겨울엔 1800만㎢에 이르는 광활한 바다를 덮을 정도로 커졌다가 여름이 되면 거의 다 녹아버린다. 2021년 11월20일 랜드샛 8호 위성이 촬영한 사진이다.
아래쪽의 얼음은 론빙붕으로 높이가 수십미터에 이른다. 바람으로 인해 얇고 길쭉한 얼음층 닐라스(두께 10cm 이하)가 줄무늬를 형성하고 있다. 그 위로 얼음띠가 푸른색인 이유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나사는 얼음이 조밀해지면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반사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 위의 얼음이 회색인 것은 생긴 지 얼마 안된 얇은 얼음이기 때문이다. 2020~2021 여름철에 녹았다가 다시 얼었다. 맨 위 흰색 얼음지대는 이보다 오래된, 그래서 두께가 1미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3월1일 시작한
온라인 투표는 총 32개의 사진을 대상으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4월5일 최종 1위를 결정한다. 현재 4개 부문을 대표하는 4개 사진들을 대상으로 준결승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