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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은 60살까지 늙지 않는다

등록 2022-02-21 10:01수정 2022-02-21 12:19

반응 시간은 느려지지만 정보 처리 속도는 20대와 같아
젊을 때의 인지 능력은 60살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젊을 때의 인지 능력은 60살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환경이나 자극에 반응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응 시간은 20살에 정점을 찍고 이후 점차 둔화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의 정보 처리 속도는 60살까지도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하이델베르그대 심리학자들은 12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검증한 결과, 몸이 반응하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뇌의 인지 능력은 60살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6~2018년 미국 하버드대가 10~80살 11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암묵적인 인종 편견에 관한 온라인 실험 데이터에서 반응 시간에 대한 것만을 따로 떼내 분석했다.

이 실험은 특정 단어나 이미지를 제시하면 두 개의 버튼 중 하나를 누르는 것이었다. 예컨대 얼굴을 보고 흑인인지 백인인지 판단하거나 기쁨, 고통 같은 단어를 보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류해 버튼을 누른다.

반응 시간은 20살 이후 계속 증가한다.
반응 시간은 20살 이후 계속 증가한다.
나이 먹을수록 실수를 피하려는 경향

연구진은 실험 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반응 시간이 10대에서 20살 무렵까지는 빨라지다가 그 이후엔 점차 느려지는 걸 발견했다. 이는 이전의 연구들이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원인은 뭘까?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 시간은 정신적 과정과 육체적 과정을 합친 것이다. 따라서 반응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인지 능력, 즉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정보 처리 과정도 정보를 접하고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리는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연구진은 학계에서 확립된 기존 인지 모델을 원용해 사람들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정보를 계속 검토하면서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20살 이후 반응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좀 더 확실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영상 정보는 눈에서 뇌까지 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라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어진다.

연구를 이끈 미샤 폰 크라우제 박사는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며 실수를 피하려고 한다”며 “반면 실험에서처럼 버튼을 누르는 동작, 즉 운동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느려진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계학습으로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 검토에서 결정, 버튼 누르기까지 단계별로 걸리는 시간을 추정했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는 30살에 정점을 찍고, 이후 60살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한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는 30살에 정점을 찍고, 이후 60살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한다.
30살에 정점…60살 이후엔 감소

그 결과 뇌의 정보처리 속도는 30살이 될 때까지는 계속 증가했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이며 60살까지 거의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살 이후에는 속도가 점차 감소하며, 70대 후반부터는 급격히 떨어진다.

전체적인 반응 시간은 20살에서 가장 빨랐다. 이는 이 연령대에서 정확성보다 속도를 중시하려는 의지가 가장 높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순전히 기계적인 부분, 즉 버튼을 누르는 속도는 14~16세에서 가장 빨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중년이 되면 젊었을 때보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떨어진다는 생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폰 크라우제 박사는 “이전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노인의 느린 반응 시간을 인지 저하의 증거로 해석했다”며 “이번에 인지과정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느린 반응에 대한 더 좋은 다른 설명이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젊은이보다 40~50대의 뇌 정보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조수아 하츠혼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단순히 응답 시간을 기반으로 한 이전 연구들을 재고하게 만드는 연구”라며 “일생 동안 정신 능력이 변화하는 방식은 매우 복잡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20살에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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