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신생대 두호층에서 발견된 거미불가사리 화석. 다섯 개의 가늘고 길쭉한 팔과 가운데의 입이 있는 반(disk)이 잘 보존돼 있다. 공주교대 제공
경북 포항지역에서 주로 깊은 바다에 사는 거미불가사리 군집 화석이 처음 발견됐다. 신생대에 포항지역이 깊은 바다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된다.
남기수 공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4일 “1500만년 된 포항지역의 신생대 이암층에서 거미불가사리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화석화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포항지역에서 거미불가사리 화석이 군집 상태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거미불가사리는 얕은 바다에 사는 일반 불가사리와 달리 팔이 길어 거미처럼 보인다. 현생 거미불가사리들이 일본 인근 수심 1000∼2000m 심해에서 살고 있어, 이들 화석도 깊은 바다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많은 거미불가사리가 군집 상태로 화석화됐다. 공주교대 제공
남기수 교수는 “거미불가사리는 연체동물이어서 몸이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화석화하기 어려움에도 몸의 세부적인 형태까지 뚜렷하게 잘 보존돼 있었다. 아주 고운 흙이 천천히 쌓이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 러시아, 룩셈부르크 연구팀 등 국제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화석들은 현재 공주교대에 보관돼 있다.
화석들이 발견된 곳은 해양성 퇴적 지층이 넓게 분포한 포항 북쪽 지역으로, 특히 신생대 두호층에서는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게, 조개, 불가사리, 갯가재, 성게, 물고기 등 외에도 나뭇잎, 곤충 등의 육상 생물 화석도 나왔다.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 화석이나 육상 생물 화석을 바탕으로 일부 학자들은 포항지역이 예전에 얕은 바다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심해성 거미불가사리 화석은 포항이 과거 심해환경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남기수 교수는 “포항지역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자연유산으로 연구되고 보존돼야 할 화석들이 공사로 인해 무분별하게 훼손되거나 매몰로 사라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일본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고생물학 연구>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2517/PR200002)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