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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없는 ‘착한 코로나 백신’ 나왔다…‘떼돈’ 포기한 연구진은?

등록 2022-01-07 10:03수정 2022-01-15 14:52

미 베일러의대-텍사스아동병원 개발
값싸고 보관 간편한 ‘단백질 백신’
특허 등록 않고 각국에 기술 이전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오른쪽)와 마리아 보타지 박사.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자인 두 사람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다.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오른쪽)와 마리아 보타지 박사.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자인 두 사람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다.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백신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고마운 방패이지만, 백신 개발업체들에게도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고마운 보물단지다. 특허라는 장치 덕분이다. 2020년 말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 화이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 백신에서만 240억달러(약 30조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1950년대 소아마비백신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백신 개발자가 천문학적 수익 앞에서 특허를 포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팬데믹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특허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백신업체들의 반응은 없다. 코로나19가 3년째에 접어든 시점에서 마침내 기술 특허가 없는 새로운 백신이 나왔다.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오픈소스’ 백신이라 할 이 2세대 백신은 지난해 말 인도가 긴급사용승인한 코르베백스(CORBEVAX)다.

이 백신은 수십년 전부터 B형 간염 백신 제조에 쓰여 온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백신’이다. 단백질 백신은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도구인 돌기(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항원 역할을 하는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다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물질(메신저RNA)을 투여해 체내에서 돌기단백질을 만든 뒤 항체를 생성한다. 반면 코르베백스는 외부에서 돌기단백질을 배양한 뒤, 이 단백질을 직접 체내에 투여해 항체를 만든다.

코르베백스는 단백질 제조 지침을 지닌 유전자를 집어넣은 효모를 이용해 돌기단백질을 대량 생산한 뒤, 이를 면역반응 증강 보조제와 혼합해 만들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단백질 백신은 다른 유형의 백신에 비해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과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조건부 및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 제약업체의 노바백스의 백신도 같은 유형의 백신이다.

임상시험에 쓰인 코르베백스 백신 시약.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임상시험에 쓰인 코르베백스 백신 시약.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예방 효과 90% 이상…이상반응은 50% 이하

코르베백스가 노바백스 백신과 다른 점은 개발자들이 특허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의 시작은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스 백신 개발에 나선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유망한 초기 시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사스가 사라지면서 연구 지원이 중단돼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연구진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진은 텍사스아동병원과 협력해 사스 백신 기술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전임상 연구에서 유망한 효과를 확인한 뒤 2020년 말 인도의 제약업체 ‘바이올로지컬 이’(Biological E)에 기술을 이전하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코로나 백신 생산 시설도 구축했다.

텍사스아동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3천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코르베백스는 코비실드(인도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예방 효과는 우수하고 이상반응은 5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증상 예방 효과가 90%(변이 전 코로나바이러스 기준) 이상이었으며, 심각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텍사스아동병원은 “2차 투여 6개월 후 다른 대부분의 백신은 면역력이 80% 이상 떨어졌으나 코르베백스는 30% 이하로 매우 높은 면역 지속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화항체의 생성량으로 보아 델타 변이의 경우에도 80% 이상의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상시험 전체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인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최초의 무특허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 바이올로지컬 이 제공
지난해 말 인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최초의 무특허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 바이올로지컬 이 제공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도 기술이전

텍사스아동병원 연구진은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보츠와나의 백신 생산업체에도 기술을 이전했다.

개발 작업을 이끈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텍사스아동병원은 수익을 낼 계획이 없다”며 “이는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르베백스의 긴급사용승인은 전 세계가 백신을 접종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코르베백스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르베백스의 또 다른 장점은 수십년 경험이 축적된 제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값이 저렴하고 보관에도 특별한 냉장시설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인도 언론은 1회 주사 비용이 2.5달러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나온 백신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나라에 따라 가격이 코르베백스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올로지컬 이는 이미 1억5천만회분을 생산했으며, 2월부터는 월 1억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분기에 인도 정부에 3억회 분량을, 이어 전 세계에 10억회 투여 분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구 13억8천만명인 인도의 현재 백신 접종률은 40%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보면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이 전 세계 평균은 59%이지만, 저소득국은 9%에 불과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에 아직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이 30억명에 이른다. 호테즈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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