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말 273마리 게놈 분석 결과
등 탄탄하고 온순해 가축화 유리
수세기만에 유라시아 전역 퍼져
등 탄탄하고 온순해 가축화 유리
수세기만에 유라시아 전역 퍼져
몽골 초원을 달리는 말. @Ludovic Orlando
몽골 초원의 말과 목동. @Ludovic Orlando
2021년 6월 덴마크의 한 유적지에서 발굴된 말의 턱뼈. © Lutz Klassen, East Jutland Museum.
지구력·순응성 관련한 유전자 2개가 핵심 연구진에 따르면 현대 말의 조상 그룹은 기원전 3천년께 다른 말들과 분리됐다. 이후 기원전 2200년 무렵 볼가강 돈강 인근 초원지대 말들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동일한 게놈 구성을 가진 말들이 초원지대 외곽의 보헤미아(체코 서부)와 다뉴브(독일 남부), 아나톨리아반도 중부에서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는 기원전 2200년 이전 수세기 동안 볼가-돈강 지역에서 말들이 길들여졌다는 걸 뜻한다고 밝혔다. 이 말들은 기원전 1500~1000년에는 서쪽 끝 스페인에서부터 몽골에 이르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다른 말들을 완전히 대체했다.
현대 말의 기원지인 유라시아 남서쪽 초원지대. 사이언스 제공
고대 인류에게 말의 용도는 세 가지였다. @ Ludovic Orlando.
가축화한 말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당시 인간에게 말은 세 가지 용도로 쓰였다. 첫째는 사람을 태우는 것이고, 둘째는 마차를 끄는 것이며, 셋째는 우유와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어떤 것이 주된 용도였을까? 독일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9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대 인류가 길들인 말의 첫 용도는 우유 공급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고대인의 치아 치석에 보존돼 있는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3000~2000년 사이의 중앙 유라시아 지역 사람들은 말젖을 많이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이끈 루도빅 올란도 박사는 “말을 보급시킨 주된 요인은 운송이었을 것”이며 “처음엔 승마용으로만 쓰다 기원전 2000~1800년 사이에 바퀴 달린 전차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처음엔 말 우유를 얻기 위해 말을 기르기 시작했다가 마차와 승마용으로 쓰면서 가축화된 말이 급속히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진화론의 개척자 찰스 다윈은 전 세계의 말이 단일 혈통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DNA를 알지 못했던 19세기 중반의 그가 이를 추론해낸 근거는 영국에서부터 중국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의 말 어깨나 다리에 나타나는 줄무늬였다. 그는 짙은 갈색 말과 쥐색 말에 줄무늬가 더 자주 나타나는 걸 보고, 오늘날의 가축화된 말은 쥐색에 약간의 줄무늬가 있는 원시 혈통의 자손이며 조상의 이런 유전적 특징이 세대를 뛰어넘어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모토무라 료지의 ‘말이 바꾼 세계사’).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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