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핀란드, 커피 생산국 되나…‘배양 커피’ 개발 중

등록 2021-09-27 10:06수정 2021-12-27 17:43

1인당 커피 소비량 세계 1위 핀란드서 개발중
세포 배양해 분말 생산...배양육보다 쉽고 저렴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커피 덩어리(오른쪽)와 이를 로스팅한 커피(왼쪽).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커피 덩어리(오른쪽)와 이를 로스팅한 커피(왼쪽).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인이 가장 즐겨찾는 기호 음료가 된 커피는 요즘에도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정작 커피 재배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커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열대 지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커피 재배지를 발굴하려면 또 다른 삼림을 훼손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핀란드의 과학자들이 배양육 기술과 마찬가지로 생물의 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친환경 식량 생산 기술로 주목받는 세포농업이 육류, 해산물 같은 단백질 식품을 넘어 기호음료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인구 550만명에 불과한 북유럽 핀란드가 세포 배양 커피 개발에 나선 데는 남다른 배경이 있다. 핀란드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네덜란드 개발도상국수입촉진센터(CBI)에 따르면 핀란드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12kg이며, 거의 전량을 개발도상국에서 수입한다. 커피 수입국으로서 지속가능한 커피를 생산하는 데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유럽의 혹독한 추위가 이 지역에서 따뜻한 커피 음료 시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소비량 2~4위도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로 북유럽권 국가들이다.

배양 커피는 커피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배양 커피는 커피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_______
시음 결과 아라비카 커피와 맛과 향 비슷

국립연구기관인 핀란드VTT기술연구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이 기술은 배양육에 쓰는 기술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추출한 뒤, 영양액이 가득찬 생물반응기에 넣어 세포를 배양한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하이코 리셔(Heiko Rischer) 팀장은 “커피 같은 식물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소와 같은 동물 세포를 배양하는 것보다 쉽다”고 말했다. 식물세포 배양에 필요한 영양액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값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데 필요한 값비싼 소태아혈청이 필요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세포 배양으로 만든 커피를 건조시킨 분말.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세포 배양으로 만든 커피를 건조시킨 분말.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증식하는 방법도 더 쉽다. 물체 표면에 붙어 증식하는 동물세포와 달리 식물세포는 영양액에서 부유하며 자유롭게 증식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생성된 회백색의 바이오매스를 건조시킨 다음 로스팅을 하면 짙은 갈색의 커피 분말이 탄생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세포를 배양해 만든 커피를 평가단을 통해 시음한 결과 맛과 향이 일반 아라비카 커피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서로 다른 커피 품종의 세포를 배양하면 맛과 향이 다른 다양한 커피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연구진이 세포배양 커피로 시식용 커피 음료를 만들고 있다.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핀란드 연구진이 세포배양 커피로 시식용 커피 음료를 만들고 있다. VTT기술연구센터 제공

_______
아이디어는 1970년대 나와...4년 후 시판 가능 예상

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1970년대에 나온 아이디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피엠 타운슬리(P.M.Townsley) 교수는 1974년 ‘캐나다식품과학기술연구소저널’에 ‘식물세포 현탁액 배양을 통한 커피 생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거의 반세기만에 핀란드 연구팀이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리셔 팀장은 “그러나 커피 제조는 예술이며 전용 장비와 전문가의 감독 아래 최적화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그러한 작업을 위한 디딤돌을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생산량을 늘리고 식품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약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유럽에서는 유럽위원회의 안전성, 영양학적 가치 등을 증명해 신규 식품(Novel Food)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위원회는 새롭게 개발된 혁신적인 식품, 새로운 기술과 생산 공정을 사용하여 생산된 식품을 ‘신규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뉴허라이즌스 통해 계산해보니 1.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뉴허라이즌스 통해 계산해보니

점토를 초속 10m로 투척…시멘트 없이 3D 프린팅 건물 짓는다 2.

점토를 초속 10m로 투척…시멘트 없이 3D 프린팅 건물 짓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6억년 전에 계획이 있었네 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6억년 전에 계획이 있었네

수명 20년 늘려주는 생활 습관 8가지…효과 1위는? 4.

수명 20년 늘려주는 생활 습관 8가지…효과 1위는?

더 생생해진 ‘창백한 푸른 점’…30년 만에 재보정 5.

더 생생해진 ‘창백한 푸른 점’…30년 만에 재보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