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수 늘수록 건강 효과 좋아지지만
7천보 넘어가면 더 큰 개선 효과 없어
1만보의 시발점은 만보계 판촉 캠페인
7천보 넘어가면 더 큰 개선 효과 없어
1만보의 시발점은 만보계 판촉 캠페인
하루 1만보 걷기 목표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픽사베이
1965년 야마사의 첫 만보계 신문 광고. 야마사 웹사이트
만보계를 차면 마치 1만보를 꼭 걸어야 하는 것같은 심리적 부담이 생긴다. 언스플래시
걸음 강도와는 별다른 관련성 없어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자마)에 발표된 미국인 성인 5천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루 약 8천보를 걷는 사람은 4천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병 등으로 인한 조기 사망 확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그 이상 걸음이 건강에 미치는 추가 효과는 미미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이 최근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추가했다. 연구진은 11년 동안 다양한 인종의 미국 중년(38~50세) 남녀 211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50~ 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2005~2006년의 걸음 수 측정치와 이후 2018년까지의 사망률 및 건강 지표였다. 이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사망 위험이 걸음 강도와는 관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루 걸음 수를 7천보로 잡으면 심리적 부담이 한결 덜해진다. 언스플래시
심리적 부담 큰 1만보보다 7천보가 실용적 명절이 지나고 나면 불어난 체중을 빼기 위해 운동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하루 1만보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7천보만 걸어도 좋은 건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들은 걷기 운동을 시작하는 부담을 한결 덜어준다. 실제로 하루 1만보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이나 유럽 연구들이 밝히는 그 지역 성인들의 하루 걸음 수는 대략 5천보 안팎이다. 하루 1만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성취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벨기에의 한 지역 연구에 따르면 2005년 마을 주민들에게 만보계를 나눠 주고 1년 동안 하루 1만보 이상을 걷도록 권장한 결과, 참가자 660명 가운데 약 8%가 끝까지 1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4년 후 다시 조사해보니 이들 가운데 그때까지 하루 1만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연구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생활운동 기준은 걸음 수가 아닌 시간이다. 중간 강도로 일주일에 150분(하루 30분) 운동하라고 권한다. 하버드대 리 교수에 따르면, 150분 운동을 걸음 수로 환산하면 1주일에 1만6천보다. 쇼핑이나 집안일 같은 일상 활동 중에 걷는 걸음을 5천보로 볼 경우 하루 2천~3천보를 추가로 걸으면 되는 수준이다. 2천보는 거리로 대략 1마일(1.6km)에 해당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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