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비만학회의 견해
마황(麻黃)은 한의학에서 5000여 년 전부터 사용해오던 약으로, 최근 한의사의 마황 사용이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한약재 마황에 든 ‘논란 약물성분’ 어찌하오리까) 마황을 전문적으로 사용해 온 한의사로서 의견을 밝히기 전에 우선, 마황 또는 마황의 주성분인 에페드린 안전성 논란이 시작된 미국의 상황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에페드린은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체중감량용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의약품이 아닌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되었기에 1999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1,200만 명의 사람이 30억 회 복용 분의 에페드린을 구입할 정도로 전문 의료인의 통제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었다. 실제로 많은 부작용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되었고, 그 중에는 중증 부작용 사례도 있었다. 이에 FDA는 2004년 마황 또는 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을 금지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2004년을 기점으로 부작용 및 사망 신고 건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마황 또는 에페드린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원료가 아닌, 전문가에 의해 처방되어야 하는 의약품으로 관리되어야 함을 방증하는 바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은 마황을 어떻게 처방하고 있을까? 마황은 개인별 민감도가 큰 약물로 알려져 있다. 즉 환자의 평소 증상, 체질 등에 따라 약물 감수성이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약물의 특성과 환자의 체질을 잘 아는 전문가에 의해 처방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약물이다. 미국에서 부작용이 문제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개인별 민감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전문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변증(辯證)과 체질을 진단한 후, 이에 맞는 약물을 처방한다.
비만의 변증은 담음(痰飮), 식적(食積), 비허(脾虛) 등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마황의 사용 유무 및 용량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비허(脾虛)하여 기운이 약한 환자에게 마황을 사용하면 교감신경계 자극 부작용이 두드러지므로 마황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사상체질 구분에 따라서도 마황의 사용 기준이 다른데, 마황은 태음인에게 더욱 맞는 약으로 분류되므로 태음인 환자에게는 마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다른 체질의 경우 마황을 더욱 엄격히 처방하고 있다. 마황과 배합되는 약재 역시 중요한데, 개인별 증상 및 변증에 따라 약물 배합을 달리하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 한방비만학회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약진흥재단에 의뢰하여 비만 처방의 에페드린 함량을 분석하였는데, 마황만을 탕전한 한약보다 마황과 석고가 배합된 월비가출탕의 에페드린 함량이 더욱 낮게 추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 마황은 “발한산한(發汗散寒)”, “이수소종(利水消腫)” 작용으로, 열을 발생시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또한 수액 대사 촉진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효능을 나타낸다. 따라서 에너지 대사율이 감소되어 덜 먹고 운동을 해도 쉽게 체중이 빠지지 않고, 동시에 몸이 무겁고, 자주 붓는다고 호소하는 비만 환자들에게 마황을 처방했을 경우, 체중 감소 효능뿐 아니라 신진대사가 빠르게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마황은 한의사가 전문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전문 한의약물이며, 한의학적인 정확한 변증, 체질 진단을 바탕으로 적정한 약물과 배합되었을 때, 본연의 약효를 부작용 없이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이다. 한의사는 한의약과 더불어 현대의약적 지식을 충분히 교육받고 있으며, 복약 반응에 따른 적정 용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하는 등 안전한 마황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안전성 논란의 확실한 종식을 위해 의료계 전체와 식약처가 참여하는 대사체 프로파일링 연구, 다기관 코호트 연구 등의 심화 연구를 제안하며, 글을 마친다.
송미영/ 한방비만학회 이사,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마황. 출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종합정보시스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