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우사인 볼트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 경기에서 19초 78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AP연합뉴스
외부의 에너지 지원없이 인간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운동화를 개량할 경우 현재보다 50%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밴더빌트대 아만다 서트리스노와 데이비드 브라운은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논문을 실어, 개량된 운동화를 신고 달릴 경우 우사인 볼트의 최고속도를 초당 20.9m까지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의 100m 달리기 공인기록은 2008년 우사인 볼트가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9초58이다. 초당 10.43m이다. 자전거의 최고속도는 초당 21.4m로 달리기의 2배 수준이다. 연구진은 자전거가 인간에게 외부에너지 공급없이 무게를 보태면서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달리기에 적용하고자 시도했다. 이는 달리는 동안 사람이 미처 사용하지 않고 있는 미개발 에너지를 개발해 달리는 기능에 통합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자전거는 세가지 측면에서 달리기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첫째, 바퀴 굴림 동작의 에너지 효율성이 두 발로 충격과 반발을 이용한 동작보다 높다. 둘째, 바퀴가 다리대신 몸의 무게를 지탱한다. 셋째, 페달은 뛰는 발의 단속적인 동작과 달리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연구진은 달리기 동작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손실없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전거 동작에서 힌트를 얻어 첨단 스프링장치를 장착한 신발을 구상했다. 연구진은 달릴 때 사람은 발이 착지한 20% 시간만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달릴 때 사람 발 동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방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프링 구동장치를 고안했다. 그 결과는 전형적 운동화가 아니라 두 발에 별도의 프로그래밍 가능 스프링을 장착한, 일종의 외골격장치(엑소스켈레톤) 기능의 신발이다.
밴더빌트대 연구진이 달리기 능력 개선을 위해 개발한 엑소스켈레톤의 스프링 장치. 사이언스 어드밴스 제공
이 기기는 달리기 연속동작에서 발이 착지 이후 허공에서 뒤로 무릎을 굽히는 동작을 이용해 스프링을 압축하게 해 에너지를 흡수하고 착지하며 추진력을 얻을 때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하는 장치다. 그 결과 전체 달리는 시간의 96%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진은 이 신발을 우사인 볼트가 착용하고 달릴 경우, 이론적으로 초당 20.9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뮬레이션의 이론적 속도로 우사인 볼트가 100m를 주파한다고 가정할 경우, 5초 안팎의 기록이 나온다.
붉은 마름모가 스프링장착 외골격장치 기능의 신발을 신고 달릴 때 낼 수 있는 속도다. 그래프 세로축은 초당 속도, 가로축은 운동시간중 에너지 공급 비중이다. 왼쪽부터 달리기, 탄소섬유 의족착용 달리기, 스케이팅, 외골격장치, 자전거의 속도다. 사이언스 어드밴스 제공
현재 연구진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다.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이 장치는 최종적으로 군사용으로 사용될 확률이 높지만 빨리 달리기를 추구하는 레포츠용으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논문 정보 : Amanda Sutrisno & David J. Braun,
“How to run 50% faster without external energy”, Science Advances, 20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