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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황당 ‘소금물 소독’ 왜 인포데믹 빠질까

등록 2020-03-17 14:45수정 2020-03-17 14:52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미국성인 과학정보 주된 경로 “80%가 인터넷”
성인 과학지식 큰 구멍…근거없는 믿음에 취약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강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해당 건물과 인근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강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해당 건물과 인근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84명 늘어, 8320명이다. 대구경북 발생(37명)보다 수도권 발생(43명)이 늘어난 게 새 불안요인이다. 17일 12시 기준 성남 은혜의강 교회 관련한 확진자만 51명이 발생했다. 교회가 보건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 1일과 8일 예배를 강행한 결과다. 이 교회는 35평 공간에 130명 넘게 밀집한 상태로 예배를 봤고 예배전 소독을 한다며 신도들 입에 소금물 분무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에 빠지는 정보전염병(인포데믹)의 위험을 드러낸 사례다. 온 국민이 감염원 차단과 개인 위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교회와 신자들이 공개적으로 보건당국의 권고를 묵살하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 까닭은 무엇일까? 비과학적 정보에 전염된 인포데믹의 모습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인포데믹에 빠지는 것일까?

성남 은혜의강 교회가 지난 8일 일요예배에 앞서 신자들의 입을 소금물 분무로 소독하고 있는 CCTV 장면. 경기도 제공
성남 은혜의강 교회가 지난 8일 일요예배에 앞서 신자들의 입을 소금물 분무로 소독하고 있는 CCTV 장면. 경기도 제공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크리스 임페이 석좌교수(천문학)는 지난 9일 <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를 짚었다. 30년간 과학교육을 해온 임페이 교수는 대학교육을 받은 성인들의 기초과학 지식에 큰 구멍이 있으며 사람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신념과 미신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한다. 채프먼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영혼과 고대문명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믿으며 3분1은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인 75% 이상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 갈수록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평평한 지구(flat earth) 설처럼 근거없는 황당 음모론은 최근 5년새 인터넷을 기반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문제는 잘못된 과학상식과 허위정보가 건강과 기후변화 차원에서는 개인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문제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90일 동안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미국 질병통제센타(CDC)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정보보다 관련 허위정보를 142배 많이 이용했다.(뉴욕의 정보 신뢰성 감시기구인 뉴스가드가 설립한 ‘Coronavirus Misinformation Tracking Center’ 조사)

가짜 과학 지식과 허위 정보 확산 배경은 인터넷 이용과 관련이 깊다. 임페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18~24살은 과학지식 습득의 80%를 인터넷에 의존한다. 기후변화 관련해 무작위로 추출한 200개 유튜브 영상중 대부분은 인간 영향을 부정하거나 음모론에 기반한 비과학적 내용이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트위터 글의 4분의 1 이상은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봇에 의해 작성된 것이었다.

애리조나대학 임페이 교수 연구진은 인터넷을 통해 과학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허위정보나 음모론을 좀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임페이 교수 연구진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과학적 지식과 허위정보를 식별하도록 훈련시킨 결과, 현재 90% 수준의 정확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훈련은 기후변화와 진화론 영역에 관한 지식정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페이 교수 연구진은 해당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과 웹브라우저 확장도구로 개발해 무료로 보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과학적 정보와 음모론을 좀더 쉽게 판별하는 도구가 개발된다고 해서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폐해가 줄어들지는 낙관할 수 없다. 음모론 추종자나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정보 신뢰도의 판별 어려움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포데믹 현상이 도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와 같은 편리한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라는 점에서다. 정보와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정보리터러시 능력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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