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리와 인터넷 발명. 1991년 8월6일 스위스 제네바. 웹을 발명한 사람은 1955년 런던에서 태어난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다. (…) 버너스리의 이 초상화는 미국인 예술가 로버트 실버스가 보스턴 MIT에 다니면서 고안한 사진 모자이크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Robert Silvers
“웹이 왜 여성들과 소녀들을 공격하는 도구가 됐는가?”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가 인터넷 생태계 회복을 위해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팀 버너스리는 웹 개발 31돌인 지난 12일 ‘모두를 위한 웹’을 강조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버너스리는 지난해 웹 30돌엔 웹이 파괴와 디스토피아의 도구가 됐다고 개탄하며 ‘웹을 위한 계약’을 제창한 바 있다. 버너스리는 웹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며 웹이 여성과 소녀들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세계적으로 진행된 미투운동 등에 힘입어 성 평등이 진전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여성들에 대한 공격과 위협은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고 버너스리는 편지에서 지적했다.
그가 웹과 관련해 여성 문제를 우려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터넷 이용에서 여성들은 충분한 접근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웹재단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평균 21% 인터넷 접근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성별 격차는 저개발국가에서는 여성들의 인터넷 접근권이 남성들에 비해 52%까지 떨어진다. 배경에는 웹을 이용하기에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과 기술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 인터넷 접근의 성별 격차는 웹을 이용한 여성들의 학습, 경제활동, 권리 주장 등을 방해해 기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둘째, 온라인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의 도구로 쓰인다는 점이다. 온라인 여성 학대가 여성들을 일자리와 학교에서 내쫓을 뿐만 아니라 자유스럽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만들고 고통을 안기고 있다는 점이다. 웹재단과 걸스카우트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에서 동의 없는 은밀한 사진 전송 등 성적 모욕과 위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84%는 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고 답변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도 유사한 사례다.
셋째,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광범하게 활용되면서 기존의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확대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오다 여성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2018년 자체 폐기한 바 있다.
버너스리는 웹재단의 2020년 이후의 핵심목표를 온라인 성 불평등 해소라고 선언하고, 데이터와 피드백을 통해 각종 서비스 설계단계에서부터 양성평등을 구현하는 ‘양성평등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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