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주경찰이 공개한 로봇개 스팟의 폭발 의심물질 접근 투입 영상. 매사추세츠 경찰 제공.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개 스팟(Spot)이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현장과 생활공간으로 속속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 처리 실적을 보여주는 내부자료가 공개됐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원제로(OneZero)는 20일 매사추세츠 주경찰이 이메일을 기반으로, 스팟의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처리 실태를 보도했다. 그동안 4족 보행 로봇인 스팟, 2족 보행 로봇인 아틀라스 등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하는 홍보용 자료였다. 이들 로봇을 실제 직무에 투입한 외부 이용자의 피드백인 매사추세츠 주경찰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스팟은 지난해 여름 샌프란시스코공항 터미널 공사장에 투입된 데 이어 최근엔 노르웨이의 유전개발업체 아케르 비피(Aker BP)와 협약을 통해 해상 석유시추 현장에 투입하기로 한 사실도 보도됐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직무 수행결과에 대한 보고는 공개되지 않았다.
<원제로>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주경찰 폭발물처리반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계약을 맺고 스팟을 2019년 8~11월 90일간 시범 투입하고 이메일을 통해 상황을 주고받았다. 28쪽에 이르는 이메일에는 임무에 투입된 스팟의 성과와 한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경찰이 공개한 로봇개 스팟의 폭발 의심물질 접근 투입 영상. 매사추세츠 경찰 제공.
2019년 8월28일 매사추세츠 웨스트보로에 있는 월마트에서 경찰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한 남성이 낡은 갈색 서류가방을 들고 매장을 방문했다가 그 가방을 주차장의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떴다. 월마트 직원들은 이 남자의 이상 행동에 놀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폭발물처리반은 스팟과 함께 출동했다. 스팟의 첫 임무 투입이었다. 폭발물 처리반은 스팟이 가방에 접근해 위험 여부를 보고하기를 기대하며 스팟의 전원을 넣었다. 하지만 스팟은 의문의 서류가방으로 접근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버렸다. 스팟이 겁을 먹은 것일까? 경찰은 스팟의 전원을 껐다가 켜며 재부팅하고 다시 목표물을 향해 접근하라고 명령했다. 스팟은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앉아버리고 이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마침내 스팟을 작동시켜 목표물인 서류가방으로 접근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스팟으로 비디오를 촬영하게 했는데, 이번엔 화질이 너무 열악했다. 정확한 검사와 추가 임무를 수행 할 수 없었다. 경찰은 결국 폭발물 해체 전문가를 보내 현장에서 서류가방을 제거하기로 했다. 다행히 가방 안에 폭발물은 없었다.
원격제어를 받으며 건설 현장을 이동하는 로봇개 ‘스팟’. 홀로빌더 제공
경찰은 임무수행 결과보고서에 “(스팟은) 목표 지점으로 접근해 추가 위험에 대한 주변을 탐사하며 관찰하고 추가정보를 수집했다. 초반의 오작동이 있어 개선 여지가 명백했지만, 의심스러운 물체를 제거하는 데 기술적 도움을 제공했다. 첫 임무 수행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기록했다.
매사추세츠 주경찰은 스팟이 경사로와 계단을 내려갈 때 이유없이 몇걸음 가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으며, 풀숲을 만났을 때는 고개를 처박는 실태를 보고했다. 매사추세츠 주경찰은 스팟의 투입에서 사소한 문제들이 보고됐지만 앞으로 스팟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