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시각장애 여성 고메스가 뇌에 임플란트를 심어 전기신호를 통해 뇌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뇌 임플란트는 최대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어 이후엔 제거해야 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제공
시력을 잃은 사람의 두뇌에 뇌 임플란트(Brain Implant)를 심어 시력을 회복하게 만드는 야심찬 실험이 진행중이다. 시신경이 손상된 사람에게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눈과 망막을 통해 거치지 않고 카메라와 전송장치, 뇌 임플란트를 통해 전자적 신호로 이미지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6일, 스페인 미구엘 에르난데스대학의 신경공학자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임상시험을 보도했다. 전세계 3600만명 시각 장애인과 가족을 흥분시키는 실험이다.
42살에 눈과 뇌를 잇는 신경이 손상돼 완전히 시력을 잃어버린 57살의 여성 베르나르데타 고메스는 이 임플란트 덕에 부분적 시력을 회복했다. 고메스는 빛의 존재도 지각할 수 없는 상태로 완전히 시력을 잃어버린 상태였으나 뇌에 임플란트를 이식한 상태에서 전등과 사람은 물론 종이에 쓰인 글자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 비디오게임 ‘팩맨’도 할 수 있다.
카메라 장치가 달린 안경을 얻어진 실시간 영상을 케이블로 두개골의 뒷부분에 시각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에 이식한 뇌 임플란트로 전자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인공 안구와 인공망막을 통해 시력을 회복시키려는 시도가 있어왔지만, 다수의 시각장애인은 고메스처럼 망막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이 손상돼 이러한 방법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2011년, 2013년 이후 사용이 허가된 세컨드사이트사의 인공망막 ‘아르거스2(Argus2)’는 약 350명이 사용중이다.
스페인의 미구엘 에르난데스 대학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가 개발한 시각 지현용 뇌 임플란트와 뇌이 뉴런과 작용하는 형태. 페르난데스 제공.
신체와 상호작용하는 임플란트 형태의 전자기기는 심장박동기, 인공와우(달팽이관) 등이 개발돼 사용되어왔다. 인공와우의 경우 1961년 첫 시술이후 지금까지 약 50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널리 보급되었지만, 시각각정보를 전자신호로 대체하는 임플란트는 어려움과 위험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고메스가 이식한 시각 대체 뇌 임플란트는 뇌수술을 필요로 하는데, 6개월 이상을 사용할 수 없다.인체 장기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6개월 뒤에는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한다. 현재의 뇌 임플란트는 유타 어레이(Utah Array)로 불리는 100여개의 미니 전극을 뇌에 연결하는 장치 형태를 띤다. 각 전극은 1개에서 4개까지 뉴런에 전류를 전달해 시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이 시술 방법의 관건은 뇌에서 시각 이미지를 형성하는 뉴런 체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안전성이다. 뇌수술을 통한 침습형 두뇌 임플란트는 뇌와 신경체계를 손상시키지 않는 낮은 전류와 감염 안전성을 임상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현재까지 6개월 이상의 임상시험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