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미래

디지털시대 교육 최고과제는? “주의력 잃지 않는 힘”

등록 2020-02-10 09:12수정 2020-02-10 10:11

디지털기기 교실도입 늘고 있지만
실제 교육효과는 대부분 부정적
효율적 지식전달 기능 위주 한계

디지털원주민에겐 ‘금지’ 무효과
기술환경속 주도적 통제력 중요

점점 더 유혹적인 기술 환경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핵심과제
교실내 ‘에듀테크’ 도입 논쟁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5월2일 경남 김해시 관동동 관동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5월2일 경남 김해시 관동동 관동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300년 전 교사를 잠재웠다가 오늘날 교실에서 눈뜨게 해도 어디인지 바로 알 것이다.” 개방형 온라인 교육(MOOC) 업체 코세라의 공동창업자인 대프니 콜러의 말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사회 대부분의 영역을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켰지만, 유독 학교와 교실은 첨단 기술 수용에 둔감했다. 모두가 스마트폰 사용자인 시대에 교실과 수업시간도 디지털 기술을 피할 수 없다. 사회·과학·영어 등 과목엔 디지털 교과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코딩 교육과 3디(D) 프린터 메이커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 당국도 교실 무선랜(와이파이) 구축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 스마트교실 장단점과 실제 효과

디지털교과서, 태블릿피시 등을 활용하는 ‘에듀테크’의 최대 장점은 학생별 맞춤화 교육과 풍부한 학습자료 제공이다.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전달 대신 학습자별 특성에 최적화한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 주도적 개별학습이 가능하다. 교과서의 그림을 통해 신체 장기 구조를 학습하는 방식과 태블릿피시에서 입체 사진과 동영상으로 그 기능과 구조를 체험해보는 학습의 효과는 다르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태블릿피시 등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만 2~3년이면 신제품이 나와 빠르게 낡아버린다.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중독을 부를 수 있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 제공이 오히려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실증적 연구와 사례들은 에듀테크의 효과를 일관되게 부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9월 발표한 보고서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보다 적은 시간 활용하는 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며 컴퓨터 활용교육 옹호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31개 나라 15살 학생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비교평가한 조사(PISA2012)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였다. 교실에서 하루 평균 컴퓨터 이용시간이 적은 국가일수록 학생들의 성취가 뛰어났는데, 한국(9분), 중국(상하이 10분, 홍콩 11분), 일본(13분) 등이 모범사례로 제시됐다. 프랑스의 민간 교육단체 리부트재단이 2015년 피사 데이터를 분석해 2019년 6월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2012년 피사 데이터 분석과 같은 경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학교에서 태블릿피시 사용이 독해력 학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였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국가교육정책센터(NEPC)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가정에서 출발한 맞춤화 온라인 학습기술이 업계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미국의 서버번 볼티모어 카운티는 2014년 모든 학생에게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기로 하고 종이교과서를 대체했는데 시험성적이 떨어지고 학부모 우려가 커져 기기 보급을 애초의 5분의1로 축소했다.

국내 디지털교과서 시범운용 사례도 유사하다. 2008~2011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299곳의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고,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4년 평균 21.5%에 불과했다. 교육 효과 미흡과 부작용으로 인해 정부의 디지털교과서 확산 정책은 계속 축소되고 지연되어 왔다.

# 왜 학습효과 낮을까

디지털 기기는 학습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멀티태스킹이 학생들의 주의산만과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은 오래된 우려다. <지식 격차> 저자인 나탈리 웩슬러는 지난해 12월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고에서 심층적 이유를 지목했다. 에듀테크의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난 이유엔 기술 사용이 학습에서 동기 부여와 상호작용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에듀테크는 개인별 맞춤화한 지식 전달 기능에 특화돼 있어 결과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고 본다. 웩슬러는 특히 미국에서 저소득층일수록 학습과 교육 환경에서 디지털 기기에 더 오랜 시간 노출되고 있다며 사회적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부유층 거주지역에서는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컴퓨터 없이 교육하는 학교를 선호하고 있는 현실이 자주 보도되었다. 국가 차원의 대응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7월 교실에서 전화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 디지털 환경에서 교육의 과제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교실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답일까? 미국의 전직 고교 교사인 스티븐 호퍼는 지난달 20일 <미디엄> 기고에서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은 디지털 기술 없이 일상생활과 학습이 불가능해졌다”며 디지털 기술 금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학습과 생활의 필수 환경이 된 만큼 금지와 차단을 넘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작가 니르 이얄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능력인데, 교사와 학부모가 이를 가르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능적이고 매력적인 디지털 기술은 사용자를 점점 더 빠져들게 하고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기술은 이 환경의 차단과 회피가 아니라 끝없이 주의분산을 유도하는 디지털 환경을 학생 스스로 통제하면서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활동과 시간 쓰는 방식을 지배하는 만큼, 이를 다루는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래세대 교육과 학습에서 사용자 주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는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 되고 있지만 디지털 산업정책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어려운 문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이번 주말, 올해 가장 높은 보름달 뜬다 1.

이번 주말, 올해 가장 높은 보름달 뜬다

오후 5시 이후 식사, 혈당 높인다 2.

오후 5시 이후 식사, 혈당 높인다

울릉도는 활화산, 백두산과 동일한 화산가스 나온다 3.

울릉도는 활화산, 백두산과 동일한 화산가스 나온다

지팡이여 안녕…노인 위한 ‘로봇 반바지’가 개발됐다 4.

지팡이여 안녕…노인 위한 ‘로봇 반바지’가 개발됐다

점토를 초속 10m로 투척…시멘트 없이 3D 프린팅 건물 짓는다 5.

점토를 초속 10m로 투척…시멘트 없이 3D 프린팅 건물 짓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