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수용해 임시 치료시설로 쓰던 3곳 중 하나인 전시관에서, 일꾼들이 전날 신축된 대형 응급 의료시설인 훠선산 병원으로 옮겨질 환자용 침대들을 한데 모아놓고 있다. 우한 시당국은 이 전시관을 비롯해 체육관과 복합문화센터 등 기존 수용시설에 있던 모든 환자를 신축 병원으로 옮겨 집중 치료할 계획이다. 우한/AFP 연합뉴스
2020년 시작하자마자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인류 역사에서 낯익은 전염병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기존의 감염질환과 구별되는 뚜렷한 속성들도 지니고 있다.
세계 주요 거대도시를 빠르게 연결하는 항공편과 고속열차로 세상은 과거 어느 시점보다 더 연결됐고, 대도시의 집단 밀집주거와 대규모 상업시설로 인해 사람들의 주거 환경은 감염성 질환에 더욱 취약해졌다. 이와 더불어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염병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못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초연결 환경에서의 전염병 풍경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1. 인공지능이 더 빠른 전염병 탐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곳은 인공지능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캐나다의 감염질환 예측 전문 신생기업 블루닷(BlueDot)은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을 예측했다. 이후 지난달 6일과 9일 각각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와 세계보건기구가 질병 확산을 공식 경고했다. 블루닷은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캐나다인 44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토론토 최대 병원인 세인트마이클 병원의 임상의사였던 캄란 칸 박사가 창업한 기업이다. 블루닷은 인공지능으로 65개국의 뉴스를 비롯해 가축·동물 데이터, 모기 등 해충 현황, 국제 항공 이동 데이터 등을 수집해 질병 확산을 예측한다. 소셜미디어 데이터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영하지 않는다.
2. 더 빠르게 확산되는 음모론
위험의 실체와 통제방법이 밝혀지지 않아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확인 거짓 정보와 음모론이 확산되는 현상은 역사에서 낯익은 장면이다. 새로운 것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기존의 매스미디어 역할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과 전파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음모론 또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발생지이자 주된 전파 경로인 중국이 정보 공개를 꺼려 부정확한 정보와 음모론은 확산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한 음모론은 주로 두 종류다. 하나는 바이러스 전파의 최초 경로에 대한 음모론이고, 다른 하나는 근거없는 치료법이다. 인간동물 공통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박쥐 유래설이 확산되고 있지만, 박쥐 수프와는 무관하다. 더욱이 유튜브로 확산되는 박쥐 수프 동영상은 중국이 아닌 2016년 팔라우에서 촬영된 쇼프로그램이다.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한 음모론에는 우한의 비밀 바이러스연구소에 생물무기가 유출된 것이라는 루머가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백신을 비롯해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 부재한 가운데 김치, 양파, 식기세척제 등 다양한 방법이 예방·치료법으로 유포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환경에선 루머와 유해한 정보도 어느 때보다 빨리 확산된다. 국내에서도 창원에 확진자가 생겼다는 의도적인 가짜뉴스로 해당 도시 보건기관과 주민들이 공포에 빠진 바 있다.
1월27일 오후 중국 국영 <인민일보> 웨이보에 중국 후베이성 양윈이안 부성장이 우한에 10만개의 침대를 개방(준비)했다는 발언을 보도했지만 이튿날 해당 글은 삭제되었다. 인민일보 웨이보 캡처.
3. 제한된 상황에서 정보 검증 노력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모론과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은 중국 정부의 관련 정보에 대한 불투명성에서 기인한다. 2003년 사스 때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대혼란과 공포를 겪었음에도 중국 정부의 대응은 개선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는 루머와 음모론의 경로로도 쓰이고 있지만 정보 공유가 자유롭지 않은 중국 현지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언론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2일 중국 현지의 제한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사실적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려는 시도를 보도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지난달 27일 국영 <인민일보>가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기 위해 허베이 지역에 10만 병상을 증설하려고 한다고 올린 보도를 보고 놀랐다. 왜냐하면 당시까지 중국 정부는 확진자가 몇천명 규모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식발표와 대응책 사이의 괴리가 컸다. 의구심이 확산되자 인민일보는 이내 해당 글과 관련 해시태그를 삭제했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러한 정부 발표를 캡처하고 번역해서 유튜브, 트위터 등으로 국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사스 때 정보 비공개로 대란을 겪고도 2008년 쓰촨 대지진 때는 사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을 투옥했고, 지난달에도 바이러스 관련 미확인 루머를 유포한다는 혐의로 시민들을 소환조사한 바 있다. 정보 유통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일부 중국 시민들은 자료 수집과 공유를 통해 사실적 정보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음모론 전문가 조지프 우신스키는 5일 <와이어드>와의 회견에서 “위기상황에서는 고조된 감정이 정보 부족과 결합하면 음모론을 위한 완벽한 실험접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연결성이 강화된 세상에서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보건관련 거짓 정보의 영향력 또한 그 파괴력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