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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빅데이터가 지목한 가장 창의적 음악가는? 라흐마니노프

등록 2020-02-04 10:17수정 2020-02-04 21:37

[구본권의 사람과 디지털]
카이스트 연구진, 빅데이터 네트워크 분석결과
"기존 음악적 전통과 가장 차별적인 시도 많이 해"
후대에 가장 영향 큰 음악가는 역시 "베토벤"

러시아 출신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만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러시아 출신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만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서양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을 시도한 작곡가는 누구였을까?

최신 빅데이터 연구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로 조사됐다. 후기 낭만파의 거장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연주와 지휘자로도 활동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의 박주용 교수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지난 1월30일 데이터 과학 분야 학술지인 ‘EPJ 데이터 사이언스(EPJ Data Science)’ 온라인판에 실었다. (논문명: Probabilistic Influence Networks and Quantifying Patterns of Advances in Works)

연구진은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서양 고전음악 작품에서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예술 행위는 인간 창의성의 핵심으로 주목받아왔지만 예술 작품은 수치적 평가가 어려운 영역이었다. 연구팀은 1700년~1900년 사이에 작곡된 서양 피아노 악보로부터 동시에 연주되는 음정으로 만들어진 ‘코드워드(codeword)’를 추출하고 이론물리학의 한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을 적용했다. 이후 작품들 사이의 유사도를 측정해 작품들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각 작품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또한 후대의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통해 창의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가장 혁신적인 음악가는 라흐마니노프였다. 데이터를 통한 분석 결과, 라흐마니노프는 과거의 음악적 전통과 관습은 물론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한 최고의 혁신적 작곡가였음을 밝혀졌다.

시대별 작곡가들 사이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네트워크. 바로크(Baroque) 시대의 핸델, 고전(Classical) 시대의 모차르트와 하이든, 낭만(Romantic) 시대 베토벤의 영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음. 카이스트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음악에서 창의성과 혁신성을 분석하기 위해서 기존 음악적 전통과 관습으로부터 얼마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했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음악은 음의 연결을 통해 멜로디가 만들어지는데 그 음은 끊임없는 조화 속에서 새로움이다. 새로운 곡을 창작하는 작곡가 또한 전혀 새로운 멜로디와 박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음악적 전통과 문법을 차용해 자신만의 새로운 요소를 보태서 작곡을 한다.

연구를 이끈 박주용 교수는 “라흐마니노프는 어떠한 작곡가보다, 심지어 모차르트보다 기존의 음악적 전통과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12음계를 도입한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같은 현대음악가는 라흐마니노프보다 혁신성이 떨어진 것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박주용 교수는 “그 점을 밝혀내지 못해 아쉽다. 이번 연구는 1700~1900년 사이에 작곡된 서양음악 피아노악보가 기본 데이터다. 빅데이터로 모을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자료가 쇤베르크 이전 시기까지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서양 고전음악에서 현대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핵심적 음악 스타일이 확립된 시기는 바흐로부터 시작해 드뷔시까지라고 인정되는 만큼 음악사에서 주요한 기간이고 그 시기에서 라흐마니노프가 최고의 혁신적 작곡가로 조사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도별 대표적 작곡가들의 영향력 변천사. 신진 작곡가들의 성장과 과거 작곡가들의 영향력 소멸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을 볼 수 있음. 카이스트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올해 탄생 250돌을 맞은 독일의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악가로 나타났다. 바로크⋅고전기(1710-1800년)의 헨델과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고전-낭만 전환기(1800-1820년) 이후 베토벤이 음악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작곡가였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연구는 리스트와 쇼팽 등 낭만기(1820-1910년)의 거장들이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부상하는 과정도 규명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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