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앞을 봐! 16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 앞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부착물 너머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청과 함께 10~30대 보행자 교통사고가 잦은 서울시청 앞, 연세대 앞, 홍익대 앞, 강남역, 잠실역 등 5개 지역에 스마트폰 안전 사용을 위한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 설치 시범사업을 올 연말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람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인간 이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인간 스크린놈 프로젝트(Human Screenome Project)’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 뇌와 감각기관의 연장처럼 사용하는 디지털화한 인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스크린놈(Screenome)’이란 단어는 유전체를 의미하는 게놈(Genome)을 변형해 만든 조어다. 사람의 생물적 구성단위인 유전자에 빗대어, 사람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을 통해 구성되는 존재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16일 인간 스크린놈 프로젝트의 연구 내용과 계획을 담은 논문을 실었다. 미 스탠퍼드대 바이런 리브스 교수 등 연구진이 뛰어든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5초마다 한 번씩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 모든 화면을 캡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스탠퍼드대학의 인간 스크린놈 프로젝트 연구진이 <네이처>에 실은 연구논문에서 이용자의 24시간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5초단위로 캡처한 것을 분석한 표. 이용시간이 동일해도 사람들이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경험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사뭇 다르다. <네이처> 제공.
인간 스크린놈 프로젝트의 출범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자인 사람과 기술과의 관계에 관한 비정상적 상황을 반영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사람들의 사고방식, 감정과 반응, 행동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못하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기초적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출발점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이용이 인간의 감정 체계와 주의력, 업무수행능력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이뤄져왔는데 지금까지 연구는 주로 ‘이용시간(스크린타임)’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이용자 답변이나 기기의 사용기록을 기준으로 한 기존 연구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총 사용시간보다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와 화면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따라 이용자들은 정반대 효과를 경험하기 때문이다.(사진 참고)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의 서로 다른 효과는 단지 이용시간만으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24시간 스마트폰과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데이터는 기업 외부에 개방되지 않고 있다. 이제껏 학계의 연구는 방대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 주로 이용자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데이터가 부정확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윤리위원회의 감독을 받고 동의 아래 진행되지만 이용자의 스마트폰을 24시간 내내 5초마다 캡처한다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해킹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이용자에 따라 거의 무한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인간 스크린놈 프로젝트’가 디지털 시대의 인간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이해와 통찰로 이어질 자료를 만들어낼지는 모른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디지털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의 첫발걸음 시작했을 따름이다.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을 밝히기 위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뇌 구조와 활동에 대한 이해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미국과 유럽은 인간 두뇌의 신경망 작동방식을 지도화하는 연구를 각각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이 유전자, 뇌에 이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