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미국특허청의 특허를 취득한 폴라리스 센서 테크놀로지의 적외선 기반 원거리 얼굴인식 시스템의 작동 방식. 미국특허청 제공.
미군이 밤중에 500m 거리의 자동차에 탑승한 사람의 얼굴을 식별해내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한밤중에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의 군사적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미군이 드론을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표적 암살한 사건으로 미국-이란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적외선 기반 얼굴인식 기술은 각국 군사당국과 무기체계에 끼칠 영향이 심대한 기술이다.
미국의 정보기술 언론 <원제로>는 14일 미국 정부의 지출내역을 공개하는 사이트(www.usaspendging.gov)에 공개된 지출계약문서를 근거로, 미군이 개발중인 얼굴인식 기술을 보도했다.
2019년 6월 미국특허청의 특허를 취득한 폴라리스 센서 테크놀로지의 적외선 기반 원거리 얼굴인식 시스템의 작동 방식. 미국특허청 제공.
미군이 현재 450만달러(약 53억원) 이상을 들여 민간업체와 함께 개발중인 언굴인식 기술은 적외선 기반, 원거리 식별, 소형화한 휴대용이 특징이다.
미군은 제안서에 “차량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목표물, 백라이트 조명이 있는 목표, 안개 등으로 가려진 환경에서 센서의 실증력이 있어야 한다”고 기술조건을 명시했으며,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수준의 소형화를 요구했다. 10~500m 거리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개발기간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까지다.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 기계학습의 발달로 얼굴인식 기술의 정확도는 이미 사람 육안의 식별수준을 능가했지만, 그동안 얼굴인식 기술은 일반적인 카메라·광학 기술에 기반해 가시광선과 충분한 조명 환경에서 작동했다. 조명이 충분치 않거나 야간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국방부 계약서를 보면, 미군의 국방포렌식·생체인식기술국(DFBA)의 감독 아래 폴라리스 센서 테크놀로지와 사이언시스템 두 곳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폴라리스는 미 앨러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회사로, 그동안 적외선 이미지를 분석·가공하는 장치와 기술을 군사용·산업용으로 판매해왔다. 2018년엔 엑슨모빌과 함께 적외선 영상을 통해 유출된 기름을 탐지하는 방안을 연구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6월 얼굴에서 발산되는 열 이미지를 조작해 세부 영역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적외선 안면인식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이 특허 내용에서 드러난 폴라리스의 적외선 안면인식 기술 수준은 미군이 이번 계약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적외선 기반 얼굴인식 기술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사진 참조)
미국 정부의 지출내역을 공개하는 사이트에 공개된 '적외선 기반 얼굴인식 기술' 개발 계약의 일부. usaspending.gov 제공.
사이언시스템도 유사한 적외선 영상 분석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구체적 기술이 공개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가 제안서를 통해 요구하는 적외선 인식기술은 국방포렌식·생체인식기술국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사람을 찾아내는 프로세스대신 감시목록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드론을 이용한 솔레이마니 표적암살처럼 사전에 표적으로 삼은 인물을 밤중에 원거리에서도 식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폴라리스 센서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이미지 식별기술. 폴라리스 제공
미군 국방포렌식·생체인식기술국장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 “우리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신원과 정보를 융합하면 훨씬 거대한 목표를 실행할 수 있고, 여기엔 필요시 치명적 살상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휴대용 장치에서 적외선 영상으로 안개 낀 밤중에 500m 밖 차량 탑승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현대전과 무기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요소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