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환경에서는 각종 배달앱, 차량호출 앱, 대리기사 앱 등을 통해 장기 계약없이 필요에 따라 직무 단위로 서비스를 팔고 사는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임시적 고용 형태가 주도하는 경제를 ‘긱 경제(Gig Economy)’라고 말한다. 긱 경제의 핵심은 서비스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한 관리다. 알고리즘을 통한 관리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데이터한 뒤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승차공유 앱인 우버는 앱을 통해 약 300만명의 운전기사를 관리하며, 운전자와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긱 경제에 속한 노동자는 고용 형태 불안정만이 아니라, 일상적 노동에서도 전면적 감시와 관리, 통제에 놓인다. 더욱이 그 통제와 관리 주체는 인간 관리자가 아니라 ‘융통성’없는 알고리즘이다.
긱 경제에서 일시적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알고리즘 관리자’에 대해 무엇이 불만인지를 조사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노동자들이 싫어하는 알고리즘 관리 요소’를 다룬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노동자들이 싫어하는 알고리즘 관리의 부정적 측면을 제거하고 통제함으로써 알고리즘 경영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리오르 잘만슨과 미국 버지니아대학 로버트 그리고리는 뉴욕과 런던의 우버 운전자 34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자료 수집을 하고, 1000개 이상의 온라인 토론글과 언론보도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 관리기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 요인을 조사했다.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고 있는 우버 운전자들이 알고리즘 관리에 대해 갖는 불만과 좌절감은 크게 세 가지로 조사됐다. 이는 우버외의 다른 플랫폼 기반 알고리즘 관리 기업들에서도 공통된 요소다.
1. 알고리즘의 상시적 감시: 운전기사가 우버 기사용 앱에 접속하는 즉시 알고리즘에 의한 감시가 시작된다. GPS를 통해 실시간 위치와 속도, 고객 요청 수용률이 추적당한다. 앱은 목적지 정보와 안내를 제공하는데 앱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플랫폼 접근이 금지당할 수 있다. 특히 운전기사들은 승객들의 서비스평점에 대한 좌절감을 경험했다.
2. 투명성 없는 알고리즘: 우버 앱은 운전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학습하지만 우버 운전기사는 앱의 작동구조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데서 답답함을 호소한다. 운전자들은 우버 앱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작동시키는 논리가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동의 절차없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들이 조종당한다고 생각한다.
3. 인간의 배제: 우버 운전자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 고립감, 인간성 상실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관계를 맺을 동료나 팀이 없고, 감독자와도 개인적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와 같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된 사항이다.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상시 감시와 좌절감을 가져오는 알고리즘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우버 운전자들은 시스템과의 게임을 통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고립감을 해소하고 노동단체로의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시애틀지역의 각종 배달앱 노동자와 우버 운전자들은 ‘워킹 워싱턴(Working Washington)’과 같은 노동자 권리기구들을 결성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효율화를 위해 알고리즘 관리를 유지하면서도 소외감과 좌절감을 겪는 노동자들을 위한 개선방법으로 네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정보를 공유하라 : 알고리즘 자체를 노동자와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데이터와 목표를 공유해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2. 피드백을 요청하라: 기업은 알고리즘 규정과 원칙 설정 회의에 노동자들을 참여시켜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참여적이고 협조적인 노동자들로 만들 수 있다.
3. 대면 접촉을 하라: 사람은 항상 사람을 필요로 한다.
4. 신뢰를 구축하라: 병가, 출산휴가, 의료지 지원 등 복리후생은 회사를 인간화하고 얼굴없는 알고리즘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해소하는 첫 단계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