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초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4족보행 로봇 스팟(spot)의 동영상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연구원이 스팟의 균형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뜀박질하는 스팟을 발로 차 휘청거린 뒤 균형을 되찾는 걸 시연했는데, 수많은 항의 댓글이 달렸다. “로봇개를 발로 차는 행위는 잔인한 행위인가, 비난받을 행위가 아닌가”라는 공방이었다.
사람이나 동물을 흉내내는 로봇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현상은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로봇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연구해온 케이트 달링 박사는 “사람은 로봇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불편해지기 때문에 로봇이 ‘고통을 당하거나 학대받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싫어한다”고 TED 강연에서 지적한다.
최근 로봇간 상호작용에 대해 사람이 아닌 유튜브의 콘텐츠 식별 알고리즘이 ‘이상반응’을 보인 사실이 알려졌다. 유튜버인 ‘메이커 뮤즈(Maker’s Muse)’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는 일부 유튜버들이 올린 로봇끼리 싸우는 동영상을 “동물 학대”로 판단해 삭제했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끼리 링에서 대결을 벌이는 대회는 ‘로봇 워(Robot War)’ ‘배틀봇(BattleBots)’ 등 국제적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일종의 로봇스포츠 경기로 자리잡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에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로봇배틀은 로봇간 격투기와 비슷해, 상대 로봇을 공격해 파괴하거나 링밖으로 밀어내는 등의 방법을 펼치는 볼거리다.
▶동영상 실행. 유튜브에서 ‘동물 학대‘ 이유로 삭제되었다가 복구된 배틀봇의 로봇 대결 유튜브 영상.
최근 이러한 배틀봇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10~15명의 유튜버가 유튜브로부터 “동물들을 싸우게 해 동물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콘텐츠가 삭제되고 차단되는 일이 일어났다. 유튜브는 콘텐츠 관리 기준에 “동물들이 사람에 의해 싸우도록 조장되거나 강요받는” 동영상을 금지한다고 정해놓았다. 삭제당한 이용자들의 항의에 유튜브는 “실수로 동영상이 제거되었다”고 사과하고, 문제된 동영상 일부를 복구했다. 유튜브에서 배틀봇 동영상을 삭제한 것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인지, 사람의 판단인지는 공개되거나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배틀봇 동영상 삭제와 복구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콘텐츠 관리 차원에서 ‘동물 학대’로 오인하고 분류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앞으로 반려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점점 더 로봇을 감정적 교류의 대상으로 여기는 일이 늘어날 경우, ‘로봇 격투기’에 대해서 새로운 규제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캐릭터간 싸움과 애정행위이지만, 현실과 유사한 관리 기준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