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용자 18억명 이상.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Hey Jini’(어린이 콘텐츠) ‘쌈바홍’(가수 홍진영의 개인 채널)’ ‘Jella 젤라’(미용법) ‘mugumogu’(반려동물) ‘영어 알려주는 남자’(영어학습) ‘KARD’(4인조 음악그룹 카드의 채널) 화면 갈무리.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1인 미디어 시대다. 2018년 초등학생 미래 희망직업 조사에서 유튜버가 희망직업 5위로 급부상해, 달라진 세상을 실감케 했다. 유튜브 광고로 한 달 수천만원을 버는 중고생 유튜버도 여럿이고, 72살 박막례 할머니는 ‘화장법’ 영상으로 세계적 유명인이 되었다.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들이 방송을 진행하고 재롱을 부리는 키즈 유튜버도 화제다. 구독자 3000만명이 넘는 6살 보람양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부모가 수십억원짜리 건물을 샀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이 더 높아졌다. 키즈 유튜버를 꿈꾸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유료강의도 인기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즐기는 단계를 넘어서, 크리에이터가 되고 돈을 버는 직업인이 된 세상이다. 어린 자녀의 귀엽고 재미난 일상 공유에서 시작된 키즈 유튜브는 상업화하면서 아동노동과 학대, 인권침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보람튜브 운영자인 부모는 아이가 4살 때인 2014년 도로 한복판에서 아이가 장난감차를 타는 영상,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연출한 영상 등 자극적 모습을 올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의해 아동학대로 고발당했다. 당시 서울가정법원은 보람튜브의 콘텐츠를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부모에게 아동보호 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1인미디어가 오락과 돈벌이의 수단이 되자 아이들의 영상이 어른들의 소비대상이 된 상황이다. 이는 돈벌이 차원을 넘어 자유롭게 자라야 할 아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협하고 있다. 만인에게 노출된 삶을 어린아이에게 안기고 있지만, 이는 아이의 선택이 아니다.
독일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는 2013년 <베이비붐, 세상에 태어난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송하려다 좌초했다. 종합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수십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산모들의 출산 과정을 담는 다큐 형식 프로그램이었다. 독일 아동법은 신생아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동으로 권리를 갖는다고 본다. 부모가 동의했더라도 나중에 아이가 커서 자신의 출생 순간이 담긴 방송을 보고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낀다면 이는 아동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베를린 주정부는 아동법을 근거로 이 프로그램 제작을 금지했다.
평범한 부모들도 소셜미디어에서 자녀들의 사진이나 사연을 과도하게 공유하는 관행에 대해 숙고해 보아야 한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