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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컴퓨터 연결? 실체 드러낸 머스크 비밀병기

등록 2019-07-19 10:38수정 2019-07-19 10:49

뉴럴링크가 뇌에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개발한 재봉틀 형태의 로봇. 뉴럴링크 제공.
뉴럴링크가 뇌에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개발한 재봉틀 형태의 로봇. 뉴럴링크 제공.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쥐 뇌에 칩 심어 컴퓨터와 연결 성공
머스크 “내년에 인체 대상 실험 신청 계획”
인간 두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연결(Brain-Computer Interface : BCI)’ 연구 분야에 야심찬 목표가 제시됐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첫 공식 발표를 통해, 이 회사가 추진해온 뇌-컴퓨터 연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저녁 뉴럴링크는 기자회견을 통해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개발에 주목할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가 집필한 논문(An integrated brain-machine interface platform with thousands of channels)이 18일 생명공학 논문사이트(www.biorxiv.org)에 공개됐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2016년 비밀리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BCI 전문 스타트업으로, 2017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머스크의 투자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았지만 지난 2년간 실체와 연구방향이 밝혀지지 않았다.

뉴럴링크는 기자회견에서 쥐와 원숭이의 뇌에 미세한 전자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며, 실험내용과 함께 관련 기술과 장비를 공개했다.

1페니 동전과 비교한 ‘재봉틀 로봇‘의 실제 크기. A 는 바늘, B는 집게, C는 카트리지 부분이다. 뉴럴링크 제공.
1페니 동전과 비교한 ‘재봉틀 로봇‘의 실제 크기. A 는 바늘, B는 집게, C는 카트리지 부분이다. 뉴럴링크 제공.
뉴럴링크의 실험 내용은, 쥐의 두개골을 열고 머리카락 4분의1 두께의 미세한 실 모양의 센서들을 삽입한 뒤 이를 통해 무선으로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이날 뉴럴링크 연구진이 공개한 실험은 쥐의 뇌에 이식한 센서의 1500개 전극으로부터 정보를 전송받아 읽어내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는 현재 인간 두뇌에 이식한 전극 수보다 15배 뛰어난 수준이다. 센서는 폴리머 소재의 신축성 있는 미세한 실 형태로, 뇌의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삽입됐다. 뉴럴링크는 이 장치를 통해 한번에 1000개 뉴런의 활동을 모니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이날 또한 뇌 깊숙한 곳에 초미세 실을 이식하기 위해 별도로 제작한 장비를 공개했다. 뇌에 센서를 이식하는 재봉틀 형태의 로봇과 신호 수신칩 등이다. 뉴럴링크는 현재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삽입하지만, 레이저빔을 이용해 라식수술처럼 간단하게 뇌 확장이식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외과 수술을 통해 쥐의 두개골을 열고 ‘재봉틀 로봇‘을 이용해 뇌에 미세한 폴리머 전극을 삽입했다. 출처 뉴럴링크(Neuralink; “The ‘Sewing Machine’ for Minimally Invasive Neural Recording”, Hanson et al.)
외과 수술을 통해 쥐의 두개골을 열고 ‘재봉틀 로봇‘을 이용해 뇌에 미세한 폴리머 전극을 삽입했다. 출처 뉴럴링크(Neuralink; “The ‘Sewing Machine’ for Minimally Invasive Neural Recording”, Hanson et al.)
뉴럴링크는 쥐의 뇌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뇌 외부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뇌의 신호를 분석했다.   출처 뉴럴링크(Neuralink; “The ‘Sewing Machine’ for Minimally Invasive Neural Recording”, Hanson et al.)
뉴럴링크는 쥐의 뇌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뇌 외부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뇌의 신호를 분석했다. 출처 뉴럴링크(Neuralink; “The ‘Sewing Machine’ for Minimally Invasive Neural Recording”, Hanson et al.)
두개골을 뚫고 뇌에 전극을 넣는 행위는 공포스러워 보이지만, 이미 이런 시술을 한 사람이 14만명 이상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 승인을 받은 뇌심부 자극장치는 뇌에 심는 바늘모양 전극인데 전류를 흘려보내면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환자의 떨림을 개선하고 우울증도 완화해준다. 한양대 임창환 교수가 펴낸 <바이오닉맨>에 따르면, 2004년 미국 브라운대 존 도너휴 교수는 사지마비 환자의 대뇌에 96개의 전극이 달린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두뇌 외부와 연결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뇌-컴퓨터 연결의 목표는 신체 마비나 척추 손상, 시각장애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는 사람 두뇌를 컴퓨터와 연결시켜 디지털 정보를 뇌에 업로드하거나 사람의 생각을 컴퓨터로 다운로드하는 공상과학속 현실이다. 머스크는 강한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생물학적 지능을 디지털 지능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실제 이를 구현할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1. 삽입 로봇이 센서(실)를 뇌에 접근시키고 있다. i 바늘과 삽입관. ii 앞서 삽입된 실. 2. 삽입 로봇이 뇌의 표면을 건드리고 있다. 3. 바늘이 뇌 조직을 뚫고 원하는 뇌 부위에 실을 삽입하고 있다. iii 삽입되는 실. 4. 삽입 로봇이 실을 심어놓은 상태. iv 삽입된 실. 출처 뉴럴링크(An integrated brain-machine interface platform with thousands of channels)
1. 삽입 로봇이 센서(실)를 뇌에 접근시키고 있다. i 바늘과 삽입관. ii 앞서 삽입된 실. 2. 삽입 로봇이 뇌의 표면을 건드리고 있다. 3. 바늘이 뇌 조직을 뚫고 원하는 뇌 부위에 실을 삽입하고 있다. iii 삽입되는 실. 4. 삽입 로봇이 실을 심어놓은 상태. iv 삽입된 실. 출처 뉴럴링크(An integrated brain-machine interface platform with thousands of channels)
일론 머스크는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 등장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뇌에 이 장치를 이식한 원숭이들이 컴퓨터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깜짝발표를 했다. 머스크는 UC 데이비스 연구진과 공동으로 원숭이 대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실험 공개에 불구하고 현실적 장벽은 매우 높다. 뉴럴링크는 내년에 미 식품의약안전청(FDA)에 사람을 상대로 한 실험 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적 가능성이 매우 낮다. 뇌신경학자들은 로봇을 이용해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분석하는 플랫폼이 매우 흥미롭지만, 이 장치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한 논문과 실험은 학계의 검증을 받은 게 아니라, 뉴럴링크의 발표일 따름이다. 하워드 휴 의료연구원의 재널리아연구소 소속 팀 해리스는 “이 기기를 사람을 상대로 테스트하자면, 기술적 복잡성 수준으로 인해 1~2년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5년이 필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번에 뉴럴링크가 공개한 문서는 쥐를 대상으로 한 칩 이식 실험의 지속 기간과 염증 소견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뉴럴링크는 실험이 진행된 것은 맞지만, 자료를 공개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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