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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인공지능, 아기처럼 실수통한 학습 ‘효과적’

등록 2019-07-04 03:23수정 2019-07-04 09:55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아이들 “이건 강아지 아니고 푸들이야”
유아 언어학습 특징인 ‘상호배타성’ 활용
AI, 사람 인지편향 모방한 ‘효율적 학습’
인공지능이 말을 배우는 아기처럼 실수를 통해서, 또는 특정 시기에 고유한 인지적 편향을 통해서 언어를 배운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 신경망에 의도적으로 ‘잘못된 방법’을 통해 학습을 하도록 하는 전략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가 공개됐다.

뉴욕대(NYU) 컴퓨터공학과의 카니스크 갠디와 브렌든 레이크 연구진은 지난 6월24일 논문공개 사이트(arXiv.org)에 ‘상호배타성을 활용한 신경망 연구(Mutual exclusivity as a challenge for neural networks)’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인공지능에게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특정 시기에 활용하는 ‘상호 배타성 편향’을 적용해, 인공지능 언어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다.

‘상호 배타성 편향’은 아기의 언어 학습 초기(약 두 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의 모국어 학습은 유아기의 결정적 시기를 통해서 대부분 이뤄진다. 젖먹이가 옹알이 단계를 지나서 말을 배우는 과정은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이 여전히 신비롭게 남아 있다. 유아의 언어 학습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의 하나는 ‘상호 배타성 편향’이다.

‘상호 배타성 편향(Mutual exclusivity bias)’은 말을 배우는 아기들이 하나의 대상이 하나의 이름만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편향이다. 아기들은 말을 배울 때 상당 기간이 지난 다음이라야 하나의 대상이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질 수 있고, 다르게 불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예를 들면 아이가 반려견을 ‘푸들’이라고 알고 있을 때, 누군가 “강아지 참 예쁘다”라고 말하면 “강아지 아니고 푸들이야”라고 대답하는 경우이다. 한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은 하나뿐이라고 인식하는 ‘상호배타성 편향’은 명백한 인지적 오류이지만, 아기가 말을 배울 때는 유용한 전략이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면서 날마다 새로운 단어를 만나는데, 새로운 단어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의 또다른 이름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이름이라는 전제를 갖고 새로운 단어를 자신이 모르는 대상과 짝짓기를 하게 만든다. 유아기의 상호배타성 편향은 빠른 언어 학습을 돕는 장치이다.

아이는 자신이 ‘컵‘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새로운 단어(dax)는 컵이 아닌 다른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상호배타성 편향‘이라고 일컫는다.  arXiv 제공.
아이는 자신이 ‘컵‘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새로운 단어(dax)는 컵이 아닌 다른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상호배타성 편향‘이라고 일컫는다. arXiv 제공.
‘상호배타성의 원리’란 어떤 단어가 완전히 분리된 다른 카테고리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사과’라는 단어가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랗고 길게 생긴 ‘바나나’라는 단어는 모른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이 때, 엄마는 아이에게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과 노랗고 길게 생긴 과일 두 가지를 보여주고, “바나나가 뭐지? 바나나 좀 줄래?”라고 아이에게 묻는다면 아이는 이 두 가지 과일 중 어떤 과일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이는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이 ‘사과’라는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신에게 ‘바나나’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말하면서 그것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과일은 ‘사과’니까 내가 잘 모르는 저 노랗고 길게 생긴 것이 엄마가 말하는 ‘바나나’인가보다’ 라고 가정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는 노랗고 길게 생긴 과일을 엄마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연세대 발달심리연구실 제공)

뉴욕대(NYU) 컴퓨터공학과의 카니스크 갠디 박사와 브렌든 레이크 교수가 논문에서 다룬 인공지능의 상호배타성 편향 적용 사례. arXiv 제공.
뉴욕대(NYU) 컴퓨터공학과의 카니스크 갠디 박사와 브렌든 레이크 교수가 논문에서 다룬 인공지능의 상호배타성 편향 적용 사례. arXiv 제공.
영국의 과학학술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논문에서 뉴욕대 갠디와 레이크 연구진은 인공지능 신경망이 어린 아이처럼 상호배타성 편향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400개의 신경망을 대상으로 단어와 그 의미를 연결하도록 학습시켰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자신이 모르는 의미를 연결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의미를 연결했다. 이 실험을 통해 인공지능은 어린 아이의 언어학습에서 나타나는 ‘상호배타성 편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 실험 뒤에 연구진은 인공지능에 ‘상호배타성 편향’을 집어넣어, 영어 단어를 독일어로 번역할 때 인공지능이 모르는 의미를 중심으로 의미 연결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훨씬 뛰어난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진은 “상호배타성은 알고리즘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이 때의 상호배타성 편향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옅어지거나 사라진다. 뉴욕대 연구진은 인간의 언어학습 과정처럼 초기 특정 시기에 상호배타성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인 뒤, 시간 경과에 따라 이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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