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로봇개를 친구로 대할 수 있을까?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에 대해 ‘진짜 개’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실험결과가 소개됐다. 소니는 2018년 아이보 판매를 재개하면서, 아이보가 사람만이 아니라 개들과도 상호작용만이 아니라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2018년 7월 포유류 연구자인 이마이즈미 타다아키는 실제 개를 아이보와 생활하게 하면서 로봇개에 대한 반응을 관찰한 소니의 실험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다양한 품종의 개들이 아이보와 함께 생활해보는 이 실험에서 강아지들은 아이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 개처럼 대하는 행동이 보고됐다. 개들은 함께 생활하게 된 아이보의 엉덩이로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거나 귀나 꼬리를 물면서 장난을 치고 배를 보이며 재롱을 부렸다. 강아지가 다른 개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소통하려는 의도이고, 상대에게 배를 보이는 행동은 친구로 인정한다는 표시다.
미국의 정보기술매체 <시넷>이 6월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소니 연구진의 지난해 실험과 상당히 다른 현상이 보고됐다. 실제 개들은 로봇개 아이보를 친구로 인정하거나 주목할 만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
2019년 6월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시넷(CNet)은 미국 내슈빌의 동물행동치료 전문가와 함께 개들이 아이보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다. CNet 인터랙티브 제공.
취재진은 테네시주 내슈빌의 개 보호소에 맡겨진 6마리 개에게 아이보와 한나절 함께 지내는 실험을 하고, 한 마리 개는 12일간 아이보와 함께 생활하게 하면서 특이점을 관찰했다. 실험에 참여한 개들은 주인들이 돌보는 강아지로 낮시간 동안 개 보호소에 맡겨졌으며, 품종은 다양하고 대체로 월령은 낮았다. 실험은 동물행동학자인 엘런 마후린이 진행했다. 마후린은 동물의 공격성이나 공포 같은 행동을 박제된 동물을 통해 치유하는 치료를 해오고 있다.
코커 스패니얼, 푸들, 슈나우저 혈통이 섞인 3년6개월된 개는 아이보를 만나자 다가가서 엉덩이 냄새를 맡았지만 아이보가 움직이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5개월된 복서 혈통 강아지는 곧바로 아이보에게 달려가며 짖어댔는데, 이는 강아지들이 로봇청소기를 향해 보이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마후린은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양치기 개는 바로 아이보에 달려가 엉덩이 냄새를 맡았지만 아이보가 움직이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며 다시는 아이보에게 가까이 가거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마후린은 아이보에 대해 불확실성과 호기심을 보이는 강아지들의 태도가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푸들과 핏불 등 또다른 강아지들은 아이보로 인해 안정을 잃었다. 핏불은 아이보를 무시하면서도 자기 아랫입술을 핥는 현상을 보였다. 마후린은 강아지가 아랫입술을 핥는 것은 스트레스 신호라고 설명한다.
시넷 취재진이 기르는 시추-비숑 믹스견은 12일 동안 아이보와 함께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가 아이보를 편안하게 여기게 됐지만 아이보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이런 현상은 개들이 아이보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소니의 실험과 달랐다. 소니는 아이보가 실제 개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다양한 품종의 강아지들이 아이보와 맺는 관계를 관찰한 동물행동 전문가 마후린은 개들이 아이보를 자신들처럼 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니가 2018년 7월 공개한 실험에서 토이푸들은 아이보의 얼굴을 핥았다. 소니 제공.
소니의 1년전 실험에서 아이보와 함께 생활한 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관계 맺는 현상을 나타냈다. 소니의 실험에서 일부 개들은 아이보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현상을 보고해, 로봇강아지 아이보가 사람의 반려로봇만이 아니라, 실제 개의 반려상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넷의 비공식적 실험에서는 유사한 현상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시넷은 이 기사에 “개들의 보복(Revenge of the dogs): 아이보는 개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는 1999년 출시돼 6년간 15만대가 팔린 뒤 단종됐다가 지난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됐다. 신형 아이보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약 2900달러(약 33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