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6월18일 발표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에 참여하기로 한 27개 기업들, 칼리브라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이들 28개 업체가 초기 참여자로 설립된 리브라 운용 기업이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18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물론 기존 금융체제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리브라 발표 이후 급등하고 있으며, 은행과 결제대행사는 물론 금융규제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용자 23억명의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이자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기업인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화폐에 본격 뛰어들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성과 전망,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 특징
리브라는 페이스북만의 화폐가 아닌 많은 관련기업들이 참여한 기업 ‘칼리브라’를 스위스에 설립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현재 비자, 마스터카드, 우버 등 27개 업체들이 참여했으며 페이스북은 출시 전까지 100여 업체가 동참해 1000만달러씩의 출자를 통해 10억달러 자본금을 만들 계획이다. 페이팔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마커스가 칼리브라를 이끌며, 페이스북은 100여 참여기업과 동등한 1%의 지분만을 행사할 예정이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에서 친구끼리 송금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쇼핑 등 상거래의 경우에 소액의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효율성 높은 개인별 맞춤광고에 편리한 결제도구가 결합할 경우, 이용 편의성과 광고 효과는 한결 높아진다.
■ 전망
데이비드 마커스는 “단일한 글로벌 통화와 금융 인프라를 건설해 수십억명에게 개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리브라의 임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전체 산업 지형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계획”이라고 보았지만, 기존 금융기관의 견제와 규제당국의 문턱을 무사히 통과했을 때의 얘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7개 초기 참여 파트너들도 상당수가 유보적이다. 27개 기업들의 리브라 참여 계약도 구속력이 없으며, 페이스북은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제이피모건 체이스 등 금융 거인들을 포함시키려 접촉했으나 실패했다. 당장 7월 16~17일엔 미국 상하원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막신 워터스 위원장(민주)은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리브라 개발을 멈추라고 페이스북에 요구한 상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소비자 보호와 규제 차원에서 리브라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규(GDPR)를 둔 유럽연합은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침해로 신뢰를 잃었는데 금융거래까지 뛰어든 것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다.
■ 과제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4월 페이스북 개발자대회(F8)에서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개방형 서비스 대신 통합메신저 서비스와 결제 위주의 사업 재편을 예고했는데 리브라가 그 결과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침해와 공론장 왜곡에 대한 비난이 커져 기업 분할과 제재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의 대응이었다.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리브라가 암호화폐의 기능을 넘어 온라인 환경에서 디지털 신분증을 목적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를 설명하는 백서에서 “협회는 개방적인 정체성 기준을 개발하고 증진하는 것 또한 추구한다. 탈중앙의 휴대용 디지털 정체성은 금융 서비스와 경쟁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금융계좌 없는 17억명에게 금융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정체성은 금융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강정보와 같은 다양한 민감정보의 공유로 확대되어 자동화된 디지털 신원확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외부 사이트에 ‘페이스북 커넥트’를 통해 신원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이 첨단기술을 활용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정적 결과에 대한 비난에 처하자, 막대한 이용자 규모와 첨단기술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편의와 위험성을 겸비한 새로운 플랫폼 등장에 따라, 신기술 수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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