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이용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설득적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까?”(브라이언 섀츠 민주당 상원의원-하와이)“아니오. 구글은 ‘설득적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의원님.”(매기 스탠필 구글의 사용자경험 및 디지털웰빙 담당 임원)
“내가 당신네 기업(구글)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내가 설득적 기술을 오해하고 있다는 말인가요?”(섀츠 상원의원)“유튜브를 포함한 구글 전체 서비스는 그러한 기술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설득적 기술’에서 쓰이는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구글에서 상품을 설계할 때 핵심이 아닙니다.”(스탠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소.”(섀츠)
지난 6월25일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 소위에서 열린 청문회의 한 대목이다. 미국 언론 abc와 LA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의원들은 구글의 사용자경험 담당 임원을 불러 사용자 경험 유도에 관한 예민한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청문회는 미 상원의원 마크 워너(민주당·버지니아), 뎁 피셔(공화당·네브라스카) 등이 공동 발의한 ‘웹사이트 함정 설계 규제’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절차였다. 워너와 피셔 의원 등의 제안으로 초당적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온라인에서 이용자들을 교묘하게 속이는 웹사이트와 서비스 설계를 규제하기 위한 게 목적이다. 법안은 ‘온라인 이용자의 기만적 경험 감소를 위한 법률(Deceptive Experiences To Online Users Reduction Act·약칭 DETOUR Act)’이라고 불린다. 법안의 규제 대상은 ‘이용자 1억명 이상인 정보기술 기업’으로, 업체 이익을 위해서 교묘하게 이용자의 의사결정 자율성을 훼손하는 이용자 환경(User Interface)을 불법화하는 게 목표다.
웹사이트 설계의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법안(DETOUR Act)을 소개한 마크 워너 상원의원의 트윗.
이용자에게 특정한 반응과 태도를 이끌어내는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의 ‘설득적 기술’을 놓고 시민사회와 기업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사용자 환경(유저 인터페이스) 설계를 통해 이용 경험과 만족도를 높이면서 기업의 이익을 꾀하는 서비스 디자인의 장치와 설계의도, 효과, 투명성에 대한 복잡한 문제다. 광고와 마케팅 등은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호감과 구매 욕구를 만들어내는 정당한 기업활동이고, 이런 기능은 온라인 서비스에서 웹사이트 디자인과 같은 사용자 환경 설계로 구현됐으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동안 각종 웹사이트와 기기에서 이용자들에게 특정한 방향으로의 반응을 유도하거나 배제하는 ‘기술적 장치’는 서비스 제공 기업이 주로 결정하는 구조였고, 스팸메일이나 개인정보 제공 동의약관에서 어떤 상태를 ‘초기설정(디폴트 세팅)’ 값으로 제공할지를 놓고 제한적 논의가 있었을 따름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거대 소셜미디어 사이트의 영향력이 현실세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들 서비스가 교묘하게 인간의 심리적 반응을 활용한다는 연구와 고발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2016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본격 확산되었다. 미국 대법원도 2018년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본질적으로 현대의 공론장(modern public square)”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며 공동창업자이고 음원공유 사이트 냅스터 설립자인 숀 파커는 2017년 말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도 2017년 말 “페이스북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short-term, dopamine-driven feedback loop)이며,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는 도구”라고 고백한 바 있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 ‘동의‘와 ‘설정‘은 상당히 다른 시각적 효과를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소셜 미디어와 웹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약간씩 다른 디자인을 제공하는 A/B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들의 반응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몰입도를 높이는 정교한 장치를 둔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는 버튼은 호감을 주는 ‘밝은 파란색’이지만, 동의하지 않고 설정을 바꾸는 버튼은 ‘특색없는 회색’이다. 일종의 ‘다크 패턴’이다.
유럽연합은 인터넷에서 서비스기업 위주의 프라이버시 설정과 설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을 적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GDPR은 웹서비스 이용시 동의 절차에 관해 ‘침묵’ ‘부작위’ ‘초기설정’ ‘미리체크된 박스’ 등을 유효한 동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의 ‘다크 패턴’ 규제 논의가 유럽연합과 같은 입법으로 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