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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사람처럼 도박판 비합리적 결정하는 로봇 등장

등록 2019-06-25 11:18수정 2019-06-25 13:25

사람처럼 역설적 표현(아이러니)을 할 수 있는 소셜로봇 ‘아이러니 맨‘.
사람처럼 역설적 표현(아이러니)을 할 수 있는 소셜로봇 ‘아이러니 맨‘.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역설적 표현 구사하는 ‘아이러니 맨’ 로봇
도박 ‘수익’대신 ‘승패’ 집착하는 인공지능
예측어려운 인간행동 예측하기 위한 인공지능 개발중
기계가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어디까지 모방하고 구현할 수 있을까? 인간 고유의 특징 또는 지적 능력이라고 여겨져온 속성을 인공지능에 구현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인데, 컴퓨터(computer)는 단어 그대로 연산기계(computing machine)다. 수학적 계산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이 있다는 믿음은 인공지능시대에 사람이 기계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위안이었다. 하지만 2017년 미국 MIT 연구진이 호기심을 갖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인간의 비이성적 특징을 구현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보고되고 있다.

인공기능과 로봇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 2가지가 공개됐다.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뉴 사이언티스트> 최신호는 사람처럼 역설적 표현을 하는 로봇과 도박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사람처럼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 아이러니 이해하는 로봇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의 엘리자베트 안드레 박사는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인공지능로봇 국제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Autonomous Agents and Multiagent Systems)에서 ‘아이러니 맨(Irony Man)’이라는 로봇을 공개했다.

아이러니 맨은 30cm 크기의 소형 소셜로봇으로 눈동자, 눈꺼풀, 고갯짓을 통한 표정과 음성을 표현도구로 사용한다. 아이러니 맨은 문자 그대로 반응하지 않고 사람처럼 아이러니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면 장마철 비 오는 게 싫다는 얘기를 “또 비 온다. 나는 정~말로 비오는 게 좋아”라는 식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에, 아이러니 맨은 사람이 말할 때처럼 ‘정~말로’라는 단어를 길고 세게 발음하며 역설적으로 쓰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식이다. 아이러니 맨은 눈썹을 올리거나 윙크를 하고 말할 때 억양, 운율, 강세 등을 통해 단어를 평소와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아이러니 맨은 음성과 함께 눈동자, 눈썹, 고갯짓을 통해, 아이러니 표현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러니 맨은 음성과 함께 눈동자, 눈썹, 고갯짓을 통해, 아이러니 표현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러니 맨을 개발한 의도에 대해 안드레 박사는 <포퓰러 메카닉스>와의 회견에서 “사람간 대화에서 아이러니는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며 “아이러니는 불만이나 비판적 내용을 간접적 화법으로 전달해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로봇은 불쾌하고 나쁜 소식을 거슬리지 않게 전달할 의도로 개발됐다.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로봇 소피아는 재치있는 응대와 함께 미묘한 얼굴표정이 특징이다.  핸슨로보틱스 제공.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로봇 소피아는 재치있는 응대와 함께 미묘한 얼굴표정이 특징이다. 핸슨로보틱스 제공.
실험결과, 사람들은 기존의 직설적 표현을 하는 로봇보다 아이러니 로봇의 응대에 훨씬 호감을 갖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러니 로봇이 어떤 상황에서 이 기능을 가동할지 선택의 문제다. 안드레 박사는 “아이러니 맨은 어느 때가 아이러니로 응대하기 좋은 순간인지를 결정할 수 없다. 로봇은 재미난 상황이라고 판단해 아이러니로 응대하지만, 사람은 당혹해하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머나 역설적 표현의 경우 상황마다, 사람마다 반응 정도가 제각각인데 로봇이 어디까지 이 기능에서 인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2. 이익대신 승패에 집착하는 인공지능

미국 프린스턴대 조슈아 피터슨과 UC버클리의 데이비드 부르긴 연구진은 지난달 논문공유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인간의 비합리적 판단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관한 논문(Cognitive Model Priors for Predicting Human Decisions)을 게재했다.

도박에서 사람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합리적 결정대신 승패에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손실을 싫어하는 판단을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비합리적 판단을 모방하고 구현하도록 한 인지모델 개발이다. 가장 ‘합리적인’ 도박의 전략은 거듭된 게임을 통해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인다. 그런데 사람은 평균적 확률이 지배하는 도박에서 지나칠 정도로 손실을 기피하고 최종수익보다 한판한판의 승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불합리성은 도박에서만이 아니라 쇼핑 등 많은 인간 행동에서 나타나고 사람 행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도박게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도박게임.
피터슨 연구진은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를 통해 1만400개의 도박 시나리오에 대한 사람들이 내린 19만5천건의 도박 판단에 대해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다. 인간 참여자들에겐 금전적 보상과 승률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학습결과,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박판에서의 행동을 예측하는데 기존 심리학적 모델의 최고치보다 45%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의 오리 플론스키 교수는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회견에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현상의 많은 부분이 도박판에서 나타난다”며 “더 나은 예측모델은 금융시장 규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한 삶의 선택과 같은 정책적 과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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