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은 반세기 동안 몇차례 부침을 겪어 왔지만, 이젠 전기처럼 산업 전반에 불가역적 변화를 가져올 범용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유수의 대학들은 교육과정 신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는 10억달러(1조10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 전문대학인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터칼리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엠아이티는 인공지능을 미래의 필수 언어로 간주하고, 모든 학생들을 인공지능을 다룰 줄 아는 이중언어인으로 교육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엠아이티는 미국의 대표적 연구중심대학이지만, 인공지능 대학은 전공 연구 못지않게 다양한 학제간 연구를 강조한다. 신규채용할 50명의 교수진도 컴퓨터과학 전공자 절반, 다른 연구 부문이 절반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의 공동소장을 맡은 철학교수 존 에치멘디(왼쪽)와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장을 지낸 리 페이페이 교수. 스탠퍼드대 제공
실리콘밸리의 못자리 노릇을 해온 스탠퍼드대학은 최근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를 개설했다. 스탠퍼드대 부총장을 지낸 철학교수 존 에치멘디와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장을 지낸 리 페이페이 교수가 공동소장을 맡았다. 마크 테시에-라빈 스탠퍼드대 총장은 “인공지능은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인공지능 개발자만이 아니라 인문학자, 사회학자들이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리 소장은 이미지넷을 만들고 전세계에 공개해 이미지 인식의 비약적 발전을 이끈 전문가인데, 인간 중심 인공지능을 강조해왔다. 그는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술 영역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최고의 결정을 내리자면 기술자만이 아니라, 사업가, 교육가, 정책결정가, 언론인을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부문이 인공지능에 숙달해야 하고 그들의 관점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이달초 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 성균관대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인공지능대학원으로 선정해 인공지능 전문가를 키우기로 했다. 이들 대학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 목표를 제시하고 교수와 학생을 모집중이지만, 기술에 치우쳐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 끼칠 다양한 영향에 대한 접근은 부족하다. 인공지능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사람 중심 기술을 표방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관점과 학제간 연구에 나서는 국외 대학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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