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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디지털 성애’ 새 성정체성 온다 ‘낙인과 차별’도

등록 2019-02-15 12:21수정 2019-04-05 10:07

지능과 공감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2015년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의 한 장면. 영화에서는 정교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가 사람처럼 감정을 지닐 수 있는지,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지능과 공감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2015년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의 한 장면. 영화에서는 정교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가 사람처럼 감정을 지닐 수 있는지,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섹스로봇·가상현실, 몰입적 경험 제공
‘사람과 관계’ 필요 않는 새로운 성정체성 불가피
낙인과 차별 직면할 새로운 성 소수자 사회문제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연인들의 기념일을 외롭게 보낸 이들을 위한 블랙데이라는 게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해 몇 년 뒤엔 블랙데이가 사라질지 모른다. 로봇과 가상현실 기술 덕분이다. 로봇은 일자리에서만이 아니라 감성적, 육체적 관계에서도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닐 맥아더와 미국 위스콘신칼리지의 마키 트위스트 교수가 최근 독립 지식언론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인류가 새로운 성적 관계와 성 정체성을 시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닉 맥아더는 2017년 MIT가 펴낸 <로봇 섹스: 사회적, 윤리적 함의>의 공동편집자로, 성 정체성 연구의 권위자다.

‘디지털 성애(digisexuality)’라는 새로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두 연구자의 예측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아바타와 섹스로봇, 가상현실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사람과의 성관계와 친밀감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최근 섹스 관련 도구의 발달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태도를 근거로 한다.

성적 관계에 대한 전통적 개념과 관행은 완전히 달라졌다. 두 연구자는 성적 관행에 영향을 끼친 기술의 영향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기술이 끼친 첫 번째 영향은 성적 상대를 만나는 방법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성적 파트너를 만나고 구하는 데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이나 중매자의 역할, 실질적 관계가 필수적이지 않게 됐다. 페이스북, 스냅챗, 스카이프는 물론 틴더(Tinder), 범블(Bumble)과 같은 짝짓기 앱은 새로운 상대를 편리하게 연결시켜주고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에 존재하지도,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두 번째 영향은 섹스로봇, 가상현실, 소셜로봇 등 몰입형 감각을 제공하는 섹스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성적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 파트너가 줄 수 없는 몰입적이고 상시적인 성적 체험과 관계를 제공하는 기술로 인해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아직 실용화한 섹스로봇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이용해 몰입적 성적 경험을 제공하는 분야는 포르노에서 이미 실용화했다. 리얼돌 등 섹스로봇 회사는 시제품을 만들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람처럼 걷거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다.

섹스로봇의 기술적 장애는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고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래 사회는 필연적으로 ‘디지털 성애자’라는 새로운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출현을 직면하게 된다. 인간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섹스로봇과 관계를 맺는 사람, 사람과 섹스로봇을 동시에 찾는 사람,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보조적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 등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성적 지향과 관계형성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전망이다.

책임있는로봇연구재단의 ‘로봇과 함께 할 미래의 성생활’ 보고서.
책임있는로봇연구재단의 ‘로봇과 함께 할 미래의 성생활’ 보고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2014년 보고서에서 2025년이면 섹스파트너로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선덜랜드대학의 심리상담학자 헬렌 드리스콜 박사는 “2070년이 되면 로봇과의 성관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사람과의 성관계보다 오히려 더 대중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네덜란드의 ‘책임있는로봇연구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은 ‘로봇과 함께할 미래의 성생활’ 보고서를 내고, 섹스로봇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조명했다. 이 보고서는 섹스로봇이 성관계 상대를 찾기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 등에게 혁신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이나 어린이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부추겨 성 의식과 문화를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담았다.

로봇 인류학자인 영국 드몽포르대학의 캐슬린 리처드슨 박사는 2015년 섹스로봇 금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성적 욕구 충족만을 위해 고안된 섹스로봇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간관계에서 육체적인 것 외에는 필요 없다는 관점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맥아더와 트위스트 교수가 제기한 문제는 섹스로봇 찬반을 넘어선 좀더 근본적 차원의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지털 성애라는 새로운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출현이 불가피한 것이라 보고, 새로운 차별과 낙인의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는 데 대한 경고다. 역사를 통해 보면 사회는 항상 소수의 성적 지향을 낙인찍고 차별해왔다. 사회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을 차별해왔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지 못한 한국 사회는 머지않아 ‘디지털 성애’라는 낯선 성 정체성의 출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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