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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구글, URL 없앨 수 있을까?

등록 2019-01-31 11:48수정 2019-04-05 10:08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주소 복잡해지고 피싱 악용 늘어나
‘오리진칩’ 개선 시도 이용자 저항 직면
‘쿼티’ 영문 자판처럼 효율성 논리 부적합
칼럼, 구본권, 구본권의 사람과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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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영문 자판은 왼쪽 상단에 배열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쿼티(QWERTY) 자판이라고 불린다. 영어 자모음의 입력 빈도와 편의성에서 쿼티 자판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쿼티 자판은 1870년대 개발되었는데, 타자기에서 자주 쓰이는 알파벳을 입력하느라 타이핑 에러가 많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초기의 타자기는 알파벳 순서대로 자판이 배열돼, 입력 속도가 빨라지면 타자기 안에서 활자키끼리 엉키는 현상이 잦았다. 쿼티 자판은 엉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연속해서 입력하기 힘들도록 자판을 배열해 타자 속도를 낮췄다. 엉킴과 오타가 줄어드는 쿼티 자판은 이후 타자기의 자판 표준이 되게 되었다. 하지만 활자키 막대들이 날아가 먹지리본을 때리는 타자기와 달리 컴퓨터에서는 엉킴 현상을 고려할 이유 없지만 자판은 쿼티 자판 그대로다.

미국에서 1873년 처음 등장한 쿼티 자판의 타자기. 버팔로 역사박물관 소장.
미국에서 1873년 처음 등장한 쿼티 자판의 타자기. 버팔로 역사박물관 소장.
인터넷 브라우저도 웹사이트 주소 노출 방법과 관련해 컴퓨터 자판 배열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과 다른 인터넷 환경에서 만들어져 자리잡은 인터넷 주소체계와 브라우저 노출 방법이 현재의 인터넷 이용환경에 적합하지 않게 되면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우저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브라우저의 주소(url) 입력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쿼티 자판의 사례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구글이 웹브라우저에서 URL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소개했다.

URL은 Uniform Resource Locator의 약자로, 웹에서 특정 페이지의 주소이고 브라우저는 윗부분 주소창에 현재 페이지의 URL을 보여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URL 주소가 이용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길어지고 복잡해졌으며 모바일 브라우저에서는 주소창 자체가 없거나 주소의 일부만 노출된다. 트위터처럼 입력 글자가 제한되어 있는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끌자, 긴 URL을 짧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여럿 출현했다. 심각한 문제는 교묘하게 URL 주소를 만들어 이용자들을 오인시키고 사기와 범죄를 저지르는 피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URL을 활용한 피싱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은 URL을 통해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해당 사이트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은행 사이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복제하고 URL 주소에서 이용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일부만 변형(OOObank.com => OOObank.com.org)하는 방식으로 피싱이 이뤄지고 있다.

주소창이 피싱에 악용되는 문제 때문에 브라우저 업체들은 몇해 전부터 대안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용편의를 위해 이용자명과 비밀번호를 내장하고 있는 URL을 아예 지원하지 않으며, 애플의 사파리는 도메인 이름만 보여주고 나머지 주소는 주소창을 클릭할 때만 노출시켰다.

구글이 2014년 선보인 시범서비스 ‘오리진 칩‘. URL 주소창에서 도메인 이름(아마존)만 노출하고(위), 이용자가 주소창을 클릭할 때 전체 주소를 보여주는 서비스였으나, 이용자들의 반발로 이내 중단되었다.
구글이 2014년 선보인 시범서비스 ‘오리진 칩‘. URL 주소창에서 도메인 이름(아마존)만 노출하고(위), 이용자가 주소창을 클릭할 때 전체 주소를 보여주는 서비스였으나, 이용자들의 반발로 이내 중단되었다.
구글 크롬도 2014년 사파리와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시도했다. ‘오리진 칩’이라는 시범서비스로, 도메인 이름만 주소창에서 보여주고 주소창의 나머지 공간을 클릭할 때 구글 검색으로 연결되거나 해당 사이트의 상세 주소를 노출시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오래지 않아 이 시도를 포기했다. URL의 종류가 다양하고 이용자들이 주소창에 대해 각각 다른 기대와 용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URL을 복사해 전달하려는 용도를 갖고 있으며, 전체 URL이 보이지 않으면 해당 사이트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URL 노출 방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개선 작업을 시도하는 구글 안에서도 찬반 논의가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못했다. 구글 크롬은 압도적 점유율을 지닌 세계 1위의 브라우저이지만, 이용자들의 브라우저 이용습관을 개선하거나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쿼티 자판처럼 ‘익숙한 불편’은 합리성의 잣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구글 크롬 개발자들은 현재의 URL 노출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고,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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