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스쿠터)는 이동편의성, 경제성, 휴대성, 친환경성 측면에서 각광받으며 대도시내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라임, 버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달러(1200원) 사용료를 내고, 분당 15센트(약 170원)를 내며, 이용한 뒤에는 사전에 고정된 주차 장소에 반납할 필요 없고 목적지 주변에 세워두면 그만이다. 햇볕이 뜨겁고 도로가 혼잡한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에서 5킬로미터 미만의 거리를 이동할 때 장점이 많은 이동수단이다. 미국에는 현재 10곳 넘는 전동스쿠터 공유업체가 있고, 선두업체인 버드의 경우 시장가치가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차량 공유업체 우버도 이동수단 공유의 대상을 승용차에서 전동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버는 전동 스쿠터업체 라임에 투자한 상태다.
인기만큼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이용자로서는 특정한 장소에 반납하거나 주차할 필요 없어 편리하지만, 이는 전동 킥보드 무단 방치 현상으로 이어져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지난해 캘리포니아 웨스트할리우드 등 일부 도시에서는 시의회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금하는 조례를 제정했을 정도다.
미국 대도시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 서비스업체인 라임. 위키미디어 커먼스
심각한 문제는 안전이다.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와 부상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경우가 자전거와 보행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가 1월25일치로 최근 미국의 의학저널 JAMA Network Open에 실린 논문을 보도했는데, 연구논문은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에 대한 방대하고 본격적인 첫 조사로 의미가 크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1년 동안 LA의 응급센터 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1년 동안 249명이 전동 킥보드 관련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28%는 타박상, 염좌, 피부 찢김 등이고 30%는 뼈가 부러졌고 40% 이상이 머리 부상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응급실에서 퇴원했지만, 15명은 병실로 입원했고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은 2명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을 찾은 부상자가 전동 킥보드 249명이라는 통계는 자전거로 인한 부상 195명, 보행 도중 사고 181명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논문은 전동 킥보드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94.3%가 사고 당시 헬밋을 쓰고 있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약 1%가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지난해 12월 전동 킥보드 등 이륜 이동수단으로 인한 문제를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근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동 킥보드 보급과 이용 증대로 인해 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 기업들은 도로에 자전거 전용차로에 대한 정부 투자 확대가 핵심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