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한 로봇이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뉴스와 그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시기에 “로봇이 대량 해고됐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일본 나가사키현의 네덜란드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 있는 헨나호텔이 2015년 개장하면서 ‘고용’한 243대의 서비스 로봇의 절반 가까이를 최근 ‘해고’했다는 뉴스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히데오 사와다 하우스텐보스 회장은 이 호텔 개장 당시 “미래에는 호텔 서비스의 90%가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의 네덜란드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 2015년 개장한 헨나호텔은 243대의 서비스 로봇을 배치했는데, 최근 이들의 절반 가까이를 ‘해고’했다. 헨나호텔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담당하던 공룡모양 로봇. 헨나호텔 제공.
이 호텔의 카운터엔 체크인을 담당하는 공룡모양의 로봇이 비치됐지만 로봇은 투숙객의 여권 복사 때마다 에러를 일으켜 그 일은 사람이 처리해야 했다. 가방 운송용 로봇은 100개 객실중 24곳에만 도달할 수 있었고 바닥이 젖어 있거나 다른 운송 로봇을 만나면 뒤엉켜버렸다. 객실에는 전화대신 인형 모양의 음성비서 로봇이 비치됐지만, 조명과 온도 조절만 가능했지 투숙객들이 궁금해 하는 테마파크 개장시간 질의 등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한 투숙객은 객실에서 카운터에 전화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했다는 불편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 호텔 투숙객은 로봇이 밤새 계속 말을 걸어 잠을 깨우는 통에 잠을 설쳤다고 불평했다. 이 투숙객은 로봇이 잠을 깨운 뒤 “미안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주시겠어요”라고 거듭해서 말하는 까닭을 새벽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투숙객은 자신의 코고는 소리를 로봇이 음성으로 오인하고 반응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이해했다.
호텔쪽은 “사람의 일을 대신하도록 로봇을 배치했으나 오히려 더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냈다”며 ‘구조조정’의 사유를 설명했다. 서비스 로봇을 줄이자 관련한 고객들의 항의가 줄어들어 직원들의 업무가 한결 편해졌다.
영국 비비시 방송의 미니시리즈 ‘여섯 로봇과 우리‘ 편에서는 에딘버러 식품 매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도입해 고객들의 반응을 실험했으나, 1주일 만에 중단됐다.
지난해 초 스코틀랜드의 한 식품매장에 도입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도 1주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된 일이 있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여섯 로봇과 우리(Six Robots & Us)’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실험이었다. 에딘버러의 마지오타 푸드&와인에 고객 문의를 처리하고 고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용도로 페퍼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1주일만에 ‘해고’였다.
파비오(Fabio)라는 이름의 이 로봇에는 채팅봇과 재고관리 프로그램이 탑재됐다. 처음에 고객들은 파비오의 출현을 반겼다. 하지만 파비오의 실질적 역할에 대해서는 이내 실망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우유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파비오는 “냉장고 코너에 있다”고 답할 뿐 사람처럼 그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려주지도, 손님을 그 쪽으로 안내해주지도 않았다. 매장의 소음이 있으면 고객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잇따르자 상점 주인은 파비오를 육류 코너에서 음식을 홍보하는 업무만 맡겼다. 하지만 고객들이 파비오보다 인간 종업원에게 몰리는 것을 관찰한 뒤 실험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는 페퍼를 기업용 보급에 나서고 2017년 2월 ‘페퍼월드’ 쇼를 개최해 2000여 도입 기업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홍보했다. 하지만 <닛케이>가 보도한 2018년 7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페퍼 사용을 연장하겠다는 기업은 15%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유는 비용대비 낮은 효과였다. 3년 단위 계약으로 진행되는 페퍼의 기업용 서비스 요금은 198만9800엔(약 2000만원)으로, 매달 1대당 5만5272엔(약 55만원) 꼴이다.
기업들의 페퍼 도입 목적에 대한 설문결과(복수응답), “고객의 유인과 접객 및 안내”(77.8%), “호객 등의 집객 효과”(40.7%), “매장의 이미지 메이킹”(25.9%) 순이었는데, 페퍼가 등장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신기함이 감소하고 고객집객 효과도 약화되어 광고 효과가 사라진 것이 주요한 계약 해지의 이유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는 페퍼의 도입 효과를 보았다는 기업들의 반응도 있었다. 음식업은 매장 이벤트 설명효과가 좋아 아르바이트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여행업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는 응답이 나왔다.
미국 동부의 슈퍼마켓체인 자이언트 푸드 매장에 도입된 로봇 도우미 ‘마르티’.
그러나 로봇이 사람의 영역을 넘보지 못한다고 안심할 일은 못된다. 지난주 미국 동부의 슈퍼마켓체인은 172개 자이언트푸드 매장 등에 500여대의 로봇 도우미 ‘마르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자이언트푸드는 마르티를 도입하며, “자율형 로봇인 마르티는 고객의 안전과 쇼핑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매장 모니터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미지 분석기술을 이용해 바닥에 쏟아진 이물질이나 잠재적 위험요인 등을 빠르게 파악해 직원에게 알려줍니다”라고 홍보했다. 회사쪽은 “마르티는 사람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소매점에서 서비스 로봇 도입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마트는 2019년 1월말까지 자율형 로봇 360대를 미 전역의 매장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서비스 로봇 실험은 로봇으로 사람의 일을 전면 대체하게 하기보다 제한적 영역을 맡도록 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만이 아니라 사람도 새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높아진다. 로봇은 사람이 기대하는 바에 대해, 사람은 로봇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해 상호 이해를 넓히는 방향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