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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프라이버시는 불가능…감시와 선용이 가능할 뿐”

등록 2019-01-20 22:16수정 2019-01-21 10:38

데이터 제공없이 디지털생존 불가능
프라이버시 환상 대신 현실방안 제시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인터뷰

익명성이 특징으로 여겨진 인터넷이 근래에는 빅브라더의 도구가 된 현실을 풍자한 만평. 왼쪽은 1993년 7월 <뉴요커>에 실린 만평이고, 오른쪽 그림은 2015년 11월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익명성이 특징으로 여겨진 인터넷이 근래에는 빅브라더의 도구가 된 현실을 풍자한 만평. 왼쪽은 1993년 7월 <뉴요커>에 실린 만평이고, 오른쪽 그림은 2015년 11월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도 당신이 개라는 걸 모른다.” 1993년 7월 <뉴요커>에 실린 피터 스타이너의 유명한 만평은 익명성이 인터넷 초창기의 특징이었음을 알려준다. 인터넷은 현실과 유리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겨졌고, 사이버 캐릭터로 제2의 삶을 만드는 세컨드라이프라는 서비스가 인기였다. 미 국가안보국(NSA)과 페이스북,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이전이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정체성은 물론 본인이 모르는 신상도 수집된다. 10억명 넘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관심사를 수익모델화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거침없이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 프라이버시란 없다”고 말해 왔다. 모든 게 기록되는 세상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포스트 프라이버시경제>의 저자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를 지난 8일 광화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와이겐드는 아마존 수석과학자 출신의 데이터 전문가로, 독일 메르켈 정부의 디지털위원회 위원이다. 2006년부터 예정된 모든 강의 일정과 항공권 예약내역 등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공개해오고 있다. 어차피 공유될 수밖에 없는 데이터라면 막을 게 아니라 “제공하고 혜택을 누리자”는 생각에서다.

<포스트 프라이버시경제>의 저자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포스트 프라이버시경제>의 저자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누군가 악용할 수도 있는데 왜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는가.

“1986년 대학시절 독일 본과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며 연구할 때부터 시작한 실험이다. 내 일정을 담당자들에게 보내는 것보다 내가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게 훨씬 편리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위치정보를 이용한 빈집털이를 걱정하지만, 침입자는 내가 집에 없을 때 오는 게 낫다. 개인정보 공개로 아직까지 난처한 상황을 만난 적 없다. 하지만 정보 공개에서 미래와 과거의 비대칭 상황이 있다. 미래 정보는 사람들의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거 정보 공개는 불이익과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몇해 전부터 과거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왜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도발적 내용의 책을 쓰게 됐나.

“거짓된 약속을 하며 환상을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질렸기 때문이다.”

와이겐드는 책에서 조너선 지트레인, 재론 래니어와 같은 이들의 주장을 공격한다. “기업과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와이겐드는 “데이터 삭제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이용자를 오도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와 기업의 잘못된 데이터 사용을 처벌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하면, 격차는 더 커지지 않나.

“정보 비대칭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우리는 전화 건 나의 신분이 드러날 때 전화하기를 꺼렸지만, 이제 발신자 정보 없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권력의 균형이 개인에게서 거대 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지면 개인이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우리의 모든 정보가 수집당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프라이버시 공개를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대신 자신이 최대한 통제권을 지녀야 한다.”

-프라이버시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들에게 데이터 관리·활용능력을 키우라고 말하는데, 그보다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데이터 불법사용을 처벌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기술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사람에 맞서 사용될 수 있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점점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에 나 역시 비관적이게 됐다. 그래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끌어안는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았을 때 그리스 민주주의가 발명돼 유지돼 왔는데, 이제는 누구나 수시로 의견표현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와이겐드는 데이터가 물리적 세계의 배타적 소유의 대상이 아닌 만큼 비물질적 속성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소유 개념을 주장한다. 하지만 질문만 있을 뿐, 구체적 답변은 없는 상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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