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미국 현지시각) 열린 인공지능 ’오픈에이아이 파이브’(OpenAI Five) 대 인간의 도타2(DOTA2) 게임 경기 모습. 트위치(Twitch) 방송 화면 갈무리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비영리 회사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인공지능이 경기 제한이 없는 ‘도타2’(DOTA2) 게임에서도 인간 고수에게 승리를 거뒀다.
오픈에이아이는 개발 중인 게임 인공지능 ‘오픈에이아이 파이브’(OpenAI Five)와 인간 고수 대상 경기를 5일(미국 현지시각) 온라인 게임방송 서비스 트위치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3전 2선승 규칙으로 이뤄진 이날 경기에서 인공지능은 첫 2승을 내리 따내며 인간에게 승리를 거뒀다. 인간 팀은 전직 프로게이머, 게임 캐스터 등 준프로급으로 이뤄졌다. 오픈에이아이는 지난 6월 준프로급 인간 선수 대상으로 승리를 거두며 인공지능이 컴퓨터 게임에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를 모은 바 있다.
도타2는 이스포츠(esports) 가운데 최대 상금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인기 온라인 게임이다. 5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자신의 진지를 지켜면서 상대 진지를 부수는 게 목표다. 이런 게임은 바둑보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을 능가하기 더 어려운 과제로 꼽히는데, 컴퓨터에게 비교적 오랜 연산시간이 주어지는 바둑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상대의 수를 읽어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타2는 특히 선수간 협동이 승리에 생명이기 때문에 난도는 한층 더 올라간다.
지난 6월 대결과 이번 대결이 다른 점은 당시에 있었던 중요한 제한을 대부분 제거한 상태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고를 수 있는 게임 캐릭터 제한의 철폐다. 도타2에는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의 숫자가 100종류가 넘으며 각각에 따라 경기 스타일과 특징이 전혀 다르다. 즉 어떤 캐릭터로 경기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조건이 크게 변화하는데 인간 선수가 무엇으로 경기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지 못하면 인공지능은 승산이 없는 셈이다. 6월 경기에선 이 가운데 인공지능이 연습한 5종류만 선택할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 인간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5개로 제한됐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선 이 제한을 없애 어떤 캐릭터로도 경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꺾은 것이다. 1개월 남짓한 시간에 달성한 발전이다.
오픈에이아이는 오는 20일에 열리는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세계대회 ‘도타2 인터내셔널’에서 최고 수준의 인간 선수들과 싸워 승리를 거두겠다는 목표다. 오픈에이아이에 의하면 도타2 인공지능은 하루에 100년 치의 경기를 자신의 분신과 싸우며 스스로 전략을 갈고닦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지막 3번째 경기는 인간 관객들이 뽑은 캐릭터로 인공지능이 플레이를 했는데, 인공지능이 결국 보기 좋게 패배하고 말았다.
게임에서 올해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누르는 일이 벌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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