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개구리알을 먹는 도룡뇽’. © Tibor Litauszki/TNC Photo Contest 2023
물이 말라버려 물고기가 파낸 구멍이 드러난 연못, 노란 유채꽃밭에 둘러싸인 마을, 새끼를 지키려 눈을 부라리고 있는 늑대거미….
미국 앨링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환경보호단체 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가 주최한
2023년 자연 사진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됐다.
올해 공모전엔 전 세계에서 8만여명 이상의 사진작가가 18만9000여점의 작품을 제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올해는 특히 시상 부문이 6개에서 12개 부문으로 대폭 늘어났다. 주최쪽은 이 공모전이 자연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자연을 보존하는 노력에 일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올해의 대상은 물속에서 촬영한 알파인 뉴트(alpine newt) 사진이 차지했다. 도룡뇽의 일종인 알파인 뉴트가 갓 낳은 개구리알을 먹고 있는 장면이다. 엘이디 조명 아래서 방수케이스에 카메라를 넣어 물 속에 집어 넣은 뒤 원격조종으로 촬영했다. 심사위원 알렉스 스나이더(Alex Snyder)는 “단순한 시냇물이 어두운 캔버스 안에서 빛나는 녹색과 파란색의 은하세계로 변신했다”고 평했다.
노란 유채꽃밭에 둘러싸인 마을
항공 부문 1위 ‘유채꽃밭 속의 마을’. © Agnieszka Wieczorek/TNC Photo Contest 2023
항공 부문에선 노란색 유채꽃밭 한가운데의 작은 마을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폴란드 남서부의 작은 도시 시비드니차의 한 마을을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다.
조류 부문 1위 ‘분주한 건축가’. © Grzegorz Długosz/TNC Photo Contest 2023
조류 부문 1위는 폴란드 비에브르자국립공원의 습지에서 둥지를 짓고 있는 박새 사진에 돌아갔다. 수컷 박새가 집 건축 재료를 가져오기 위해 둥지를 떠나고 있는 장면이다.
기후 부문 1위 ‘좌초’. © Raphael Alves/TNC Photo Contest 2023
기후 부문 1위는 홍수로 수위가 높아진 브라질 아나마 지역의 수상 주택이 차지했다. 이곳 주민들은 수년간 홍수가 나는 바람에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담수 부문 1위 ‘말라버린 연못’. © Jeanny Tang/TNC Photo Contest 2023
담수 부문 1위는 구멍이 숭숭 난 연못 사진이다. 가뭄으로 연못의 물이 말라버리자 물고기들이 바닥에 파놓았던 구멍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곤충과 거미 부문 1위 ‘엄마 늑대거미’. © Benjamin Salb/TNC Photo Contest 2023
곤충과 거미 부문 1위는 새끼들과 함께 있는 늑대거미 엄마 사진이다. 새끼를 노리는 외부의 침입자에 맞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지난 여름 이른 아침에 외출하던 중 아스팔트 길 한가운데서 이 거미를 만났다”고 말했다.
울긋불긋 단풍잎에 쌓이는 첫눈
토양 부문 1위 ‘단풍과 눈’. © Alessandro Carboni/TNC Photo Contest 2023
토양 부문 1위는 단풍과 눈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 사진이 차지했다.
작가는 “2주간의 기다림 끝에 운 좋게도 절정에 달한 단풍과 올해 첫눈이라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유류 부문 1위 ‘늑대 삼위일체’. © Siddhartha Ghosh/TNC Photo Contest 2023
포유류 부문 1위는 세마리의 늑대가 어울려 놀고 있는 사진이다.
작가는 “늑대 세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과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며 "야생 늑대의 본성을 포착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해양 부문 1위 ‘랑이로아의 돌고래’. © Estebane Rezkallah/TNC Photo Contest 2023
해양 부문 1위는 남태평양의 돌고래 무리 사진이 차지했다.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있는 투아모투제도의 80여개 환초섬 가운데 가장 큰 랑이로아 환초를 배를 타고 지나던 중 만난 돌고래들이다. 작가는 “돌고래들이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타면서 노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자연 부문 1위 ‘열기구를 보고 있는 누’. © Michael Hegyi/TNC Photo Contest
사람과 자연 부문 1위는 열기구를 보고 있는 누 무리다.
작가는 “케냐의 마사이마라국립공원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아침 사파리 여행을 마친 뒤 착륙한 열기구를 야생의 누 무리가 안전 거리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땅을 뚫고 나온 팔인 듯, 외계인의 초상인 듯
식물과 버섯 부문 1위 선인장. © Jose Pereyra Lucena/TNC Photo Contest 2023
식물과 버섯 부문 1위는 땅 위로 솟아 오른 거대한 팔을 연상시키는 선인장 사진이 차지했다.
작가는 “선인장의 기묘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르헨티나 북서부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엘 카르돈 지역은 신화와 전설의 고장”이라고 말했다.
파충류와 양서류 부문 1위 ‘외계인의 초상’. © Irina Petrova Adamatzky/TNC Photo Contest 2023
파충류와 양서류 부문 1위는 자외선으로 본 옥수수뱀(corn snake) 사진이 차지했다.
작가는 “뱀의 가죽은 자외선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며 “파충류 연구자자들은 이 현상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 뱀을 찾는다”고 말했다. 옥수수뱀은 독이 없어 사람들이 애완동물로도 많이 기른다.
수중 생명 부문 1위 ‘표류하는 유령’. © Russell Laman/TNC Photo Contest 2023
수중 생명 부문 1위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앞바다의 태평양 바다쐐기풀 사진 ‘표류하는 유령’이 차지했다.
심사위원상 ‘새벽의 속삭임’. © Hermis Haridas/TNC Photo Contest 2023
이밖에 심사위원상으로는 이른 아침 햇빛을 받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후투티의 실루엣 사진 ‘새벽의 속삭임'이 차지했다. 후투티는 머리에 화려한 댕기가 있는 여름 철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