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킬리피에 짓고 있는 3D프린팅 주택단지. 1단계로 10채의 벽체가 최근 완성됐다. 포틴트리 제공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렴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3D프린팅 주택이다.
그동안 주로 미국의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텍사스, 멕시코 등지에서 조금씩 지어지던 3D프린팅 주택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고 있다.
스위스의 건축자재업체 홀심과 영국 투자업체의 합작사인 포틴트리(14Trees)는 아프리카 케냐의 킬리피에 ‘음불레 가든’(Mvule Gardens)이라는 이름의 3D프린팅 주택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총 52채 가운데 1단계로 10채의 벽체를 지난 1월 완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6채는 방 3개짜리, 4채는 방 2개짜리다. 한 주에 한 집씩 벽체를 완성하는 일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건축을 시작했다.
홀심은 “방이 2개인 집은 벽체를 3D 프린팅하는 데 1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 3개짜리 집의 벽체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8시간이었다. 포틴트리는 현재 벽체를 완성한 10채의 지붕을 씌우고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축에 사용하는 3D프린터는 덴마크 코보드의 BOD2다. BOD2는 1초에 길이 1미터의 속도로 재료를 쌓을 수 있다. 포틴트리는 2021년 아프리카 말라위에 건설한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학교도 이 프린터를 이용해 지었다. 재료는 시멘트와 석회 등을 혼합해 자체 개발한 건식 모르타르 ‘텍토프린트’(TectorPrint)를 쓴다.
코보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1년 100채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 3D 프린팅 업체가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5대의 프린터를 동원했음에도 2월 현재 완성한 것은 9채가 채 되지 않는다”며 “음불레가든이야말로 역대 최대 규모의 3D프린팅 건축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3D프린팅 주택의 완공 후 조감도. 포틴트리 제공
3D프린팅 건축의 최대 장점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재료 낭비가 없고 인력이 덜 필요하며 공사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지의 방 2개짜리 주택 분양가는 361만케냐실링(약 3700만원)으로 아직까지는 케냐 일반주택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크지는 않다고 한다. 시공사인 포틴트리는 앞으로 가격을 계속 낮춰 일반 주택보다 20% 적은 가격에 집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3D프린팅의 또 다른 장점은 주택 형태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틴트리는 장차 집주인이 직접 주택 평면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포틴트리가 2021년 아프리카 말라위에 지은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학교. 포틴트리 제공
물론 3D프린팅이 주택 부족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철골조 기둥이 없는 3D프린팅의 성격상 주로 단층 주택 건축에 그치고, 주택 공급 효과가 큰 고층주택 건축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개성있는 단독 주택 설계를 원하는 수요자나 땅값이 싼 벽지 등의 무주택 서민들에겐 실용적인 주택 건축 기술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포틴트리의 프랑수와 페로 전무는 보도자료를 통해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더 빨리 더 저렴하게 지을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적은 재료로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 자원을 보존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