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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기후변화 500년 후, 먹거리 재배 최적의 장소는 “극지방”

등록 2021-10-01 10:04수정 2021-10-19 10:49

기후변화 영향 초장기 예측 결과 발표…“외계 행성 보는 듯”
2500년의 남미 아마존 상상도. ‘더 컨버세이션’ 제공
2500년의 남미 아마존 상상도. ‘더 컨버세이션’ 제공

요즘 쏟아져 나오는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들이 예측하거나 목표로 잡는 최장기 미래 시점은 대개 2100년이다.

예컨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990년대부터 수년에 한 번씩 발간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기후 평가 보고서는 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예측 연구 결과들을 내놓는다.

최근 유엔이 191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는, 이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21세기말에 2도는 커녕 2.7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2100년 하면 언뜻 나와 별 관계가 없는 먼 미래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 태어나는 내 아기, 내 손주가 70대 후반이 되는 때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여기서 한 세대만 더 나아가면 22세기 한복판이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2100년 이후의 세계 변화상도 지금부터 염두에 두고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0~2019년 평균 기온 대비 2100년, 2200년, 2500년의 기온 상승 추이. 위 그래프에서 실선은 기온 상승 추이, 점선은 해수면 상승 추이. 온실가스 농도 시나리오별로 RCP2.6은 고강도 감축, RCP4.5는 중강도 감축, RCP6.0은 저강도 감축 경로를 가리킨다. 아래 세계 지도는 지역별 기온 상승 폭. 더 컨버세이션 제공
2000~2019년 평균 기온 대비 2100년, 2200년, 2500년의 기온 상승 추이. 위 그래프에서 실선은 기온 상승 추이, 점선은 해수면 상승 추이. 온실가스 농도 시나리오별로 RCP2.6은 고강도 감축, RCP4.5는 중강도 감축, RCP6.0은 저강도 감축 경로를 가리킨다. 아래 세계 지도는 지역별 기온 상승 폭. 더 컨버세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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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후 미래까지 내다보는 이유

환경·생태·인류학 분야의 학자 13인으로 구성된 영국과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기후위기가 미칠 영향의 기간을 2500년까지 대폭 늘려 잡은 예측 결과를 온라인 공개학술지 ‘세계 변화의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렇게까지 범위를 넓힌 것은 대기중 온실가스의 지속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의 주력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수명은 300~1000년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대기과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프에 따르면, 지난 300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분의 절반은 1980년 이후에, 4분의 1은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이 온실가스의 상당량이 2500년까지도 대기중에 남아 계속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우선 대기중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 예측치인 대표농도경로(RCP)에 기반해 2500년까지의 세계 기후모델을 만들었다. 예측 시나리오는 저강도 감축 경로(RCP6.0), 중강도 감축 경로(RCP4.5), 고강도 감축 경로(RCP2.6) 세 가지를 토대로 했다.

이에 따르면 고강도 감축 경로를 밟을 경우,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은 2500년까지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인 2도 이내를 유지한다. 그러나 저강도 감축 경로에선 2100년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2.2도 높아지고, 이후에도 2200년 3.6도, 2500년 4.6도로 상승세가 계속된다.

2500년까지의 해수면 상승폭은 세 경로별로 0.24~0.86미터에 이른다. 고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바다물이 팽창해 해수면은 계속 상승한다.

일년 열두달 가운데 열 스트레스 측정 지표인 건강기후지수(UTCI)에서 ‘매우 강함’을 뜻하는 38도가 넘는 달의 수. 더 컨버세이션 제공
일년 열두달 가운데 열 스트레스 측정 지표인 건강기후지수(UTCI)에서 ‘매우 강함’을 뜻하는 38도가 넘는 달의 수. 더 컨버세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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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후 작물 재배 최적지는 극지방

연구진은 여기에 초목 분포, 열 스트레스, 주요 작물 경작 상태를 포함시켜, 22세기 이후 미래 세대가 적응해가야 할지도 모를 몇가지 지구 환경 상황을 이끌어냈다.

온실가스를 과감하게 감축하지 않을 경우 500년 후 지구에서 초목이 우거지고 작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극지방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늘날 ‘지구의 허파’와 ‘생물종의 화수분’ 노릇을 하고 있는 아마존 유역은 불모지로 변한다. 지금도 열 스트레스가 많은 열대지역은 습구온도 기준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역(습구온도 35도 이상 6시간 지속)이 된다.

특히 저강도 감축의 경우 2100~2500년 사이에 작물 수확량이 열대작물은 2분의1, 온대작물은 6분의1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저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 적절한 재배 면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작물은 콩과 옥수수뿐이었다. 반면 고강도 감축에서는 온대작물 수확량은 3% 감소에 그치고 열대작물은 3%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1500~2500년의 지구 풍경 변화를 묘사한 그림들이다.

연구진은 이번 예측과 과거 기후변화 고고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강도 감축(RCP6.0) 시나리오에서 경험하게 될 지구 변화상을 묘사한 9장의 그림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 그림들에는 1500년과 2020년, 그리고 2500년의 아마존, 미국 중서부, 인도 세 지역 풍경이 묘사돼 있다. 아마존은 탄소 흡수원, 미 중서부는 곡창지대, 인도는 인구 밀집지역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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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아마존은 황무지…숲은 지금의 15%로

위로부터 1500년의 아마존 원주민 마을, 현재의 풍경(가운데), 그리고 2500년 초목이 거의 죽고 물도 거의 말라버린 아마존(아래)이다. 더 컨버세이션 제공
위로부터 1500년의 아마존 원주민 마을, 현재의 풍경(가운데), 그리고 2500년 초목이 거의 죽고 물도 거의 말라버린 아마존(아래)이다. 더 컨버세이션 제공

아마존은 현재 인류가 파악한 생물종의 3분의 1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또 인간 활동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의 약 7%를 흡수한다.

그러나 500년 후의 아마존은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 된다. 아마존의 삼림지역 비율은 현재 71%에서 2100년 63%, 2200년 42%, 2500년 15%로 감소한다. 기온 상승이 이어지면서 산림 면적이 줄어들고 이어 강우량도 줄어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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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미 중서부는 열대…옥수수밭이 야자수 밭으로

1000년에 걸친 미국 중서부 내륙의 변화상. 옥수수밭이 무성한 1500년(위), 단일작물 기계농업이 왕성한 현재(가운데), 열대 야자수가 무성한 2500년(아래). 더 컨버세이션 제공
1000년에 걸친 미국 중서부 내륙의 변화상. 옥수수밭이 무성한 1500년(위), 단일작물 기계농업이 왕성한 현재(가운데), 열대 야자수가 무성한 2500년(아래). 더 컨버세이션 제공

미국 중서부 내륙 평야지대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유럽인의 식민지가 되기 훨씬 전인 1500년 당시 이 지역은 옥수수 농업을 기반으로 한 마을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다.

현재 대규모 단일 작물 농업이 이뤄지고 있는 이 지역은 2500년이 되면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야자수와 건조지역의 다육식물을 기반으로 한 농·임업 혼합지대로 바뀐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인구 감소로 농작물 관리를 기계가 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역의 평균 여름 온도는 오늘날 28°C에서 2100년에는 33°C, 2500년에는 36°C로 상승한다. 가장 더운 달은 현재 34.8도에서 2100년 39.8도, 2200년 42.9도, 2500년 44.9도까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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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인도는 너무 뜨거워…강우량도 두배로

인도의 천년. 자연의 품에서 이뤄진 500년 전의 벼농사(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현재(가운데), 사람은 개인보호장비를 입고 있고 대신 기계가 농사를 짓는 2500년(아래). 더 컨버세이션 제공
인도의 천년. 자연의 품에서 이뤄진 500년 전의 벼농사(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현재(가운데), 사람은 개인보호장비를 입고 있고 대신 기계가 농사를 짓는 2500년(아래). 더 컨버세이션 제공

인도는 지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은 지금도 다수의 폭염 피해 사망자를 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진다. 여름 기온이 2100년 2도, 2500년 4도 증가가 예상된다. 숲은 열대림으로 변신하고 비도 더 많이 내려 2500년에는 강우량이 지금의 두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1500년의 인도는 소의 노동력을 이용한 벼농사가 주력 산업이었다. 오늘날의 인도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다. 2500년엔 인간 대신 로봇과 기계가 농사를 책임진다. 건물도 외벽에 초목을 심은 수직숲 빌딩으로 바뀌어 있다.

연구진은 2500년의 지구는 한마디로 인간에게 낯선 외계와 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온라인 과학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1500년 이후 5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식민지화와 산업혁명, 현대 국가와 화석연료의 등장, 지구 온도 상승을 목격했다”며 “지구 온난화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500년과 그 이후는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들, 특히 인간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문화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지구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선택지는 시급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까지의 온실가스 배출이 유발하는 불가피한 온난화에 계속 적응해가거나 지금과는 아주 다른 지구에서의 삶을 떠올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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