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입장 정리’를 보류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거듭 강조하며 당내 다양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들 3명 기용이 검증 실패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하자 일단 여론을 주시하며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계획이어서 그 시간 동안 여당은 야당과의 협상은 물론, 장관 후보자 3인방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의견 교환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 3시간 뒤인 이날 오후 3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8개월 만에 열리는 대면 의총이었지만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들은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발언도 그렇고 청문회에 참석한 간사들이 흠결이 없다고 하는데 거기에 의원들이 어떻게 반박할 수 있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총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정리됐지만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인사청문에 참여한 상임위 간사 등이 모여 다시 한번 의견을 나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들 지도부 간담회 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 제기가 있었고 해명도 있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문제 되는 점이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며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형식적인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능하면 야당을 설득해서 협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나와 의총부터 여기까지의 얘기를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우리 당이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채택할 시기는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야당의 반대에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건 위험이 크다는 인식은 여전한 것이다.
이날로 장관 후보자 3명의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이 만료되면서 이제 남은 건 문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다.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지정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기간 안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송부 요청’은 장관 임명 강행을 위한 수순이었지만 이번에는 최종 결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장관 후보자 3인방이 적임자라고 항변했지만 이것이 꼭 3명을 모두 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오늘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평소 본인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오늘 회견에서 세 후보자를 언급한 건 완전한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한 방향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관 3인방의 거취가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도 연계될 수 있다. 총리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동의를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이 총리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인준투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야당이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섣불리 장관 후보자 거취 정리라는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야당이 총리(인준)까지 어깃장을 놓고 있다. (야당이) 합리적으로 나와야 우리가 뭐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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